내가 마르크스주의자였다고할지라도, 학창 시절 내가 신봉했던 마르크스주의는좌파의 정치참여 활동과 마찬가지로, 노동 계급을이상화하고 신화적 실체로 변환시키는 하나의 방식에불과했을 따름이라고 고백해야 할 것이다. 

그 신화적실체에 비추어보자면, 부모님의 욕망은 비난할 만한것이었다. 부모님은 온갖 소비재를 열렬히 욕망했다.
그들 존재의 슬픈 일상적 현실 속에서, 또 그토록 오랫동안 빼앗겼던 안락함에 대한 그들의 열망 속에서,
나는 사회적 소외와 ‘부르주아화‘의 기호를 동시에보았다. 그들은 노동자였고, 비참함이 무엇인지 알았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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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의 도전>이 출간된 2019년 당시, 저자 김도현은 지난 20여 년간 방송사에서 2,000개가 넘는 사회적 이슈가 다뤄졌는데, 장애 문제만은 다뤄지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표했다. 2022년 4월에서야 장애인 이동권, 탈시설 그리고 장애인권리예산 문제가 생방송 토론장에서 이슈화 되었으니 뒤늦게나마 저자의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 책은 장애인 언론매체인 비마이너 발행자이자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가인 김도현이 대중을 대상으로 장애인권에 대해 강의했던 교안과 녹취록을 정리한 결과물이다. 사회 복지학이 장애를 재활과 의료를 중심으로 한 학문이라면, 장애학은 장애인이 겪는 억압과 저항운동을 중심에 둔다.  저자가 장애인 인권 문제를 한 개인의 차원이 아닌 사회환경과 구조의 문제로 접근하는 이유다.

    

 

장애인 문제는 장애인 스스로 대변해야 한다는 당사자주의는 어떤 한계점을 가지고 있을까. 장애학자 드레이크와 브랜필드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신해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비장애인은 운동 안에서 어떤 권력적 지위를 추구하지 말아야 하며, 장애인을 다루는 연구를 수행하는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다. 즉 장애인들의 문제에 비장애인들은 배제하자는 논리다.

    

 

이에 더킷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구분하는 것은 생리적인 이분법에 불과하고 장애인 역시 장애인의 억압자가 될 수 있다는 반론을 편다. 그는 생물학적으로 장애인인지 아닌지 여부는 장애와 관련된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당사자주의는 장애인이라는 집단의 동질성만을 고려하기에 사회구조를 변혁하려는 목표에 이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저자 김도현은 장애학자 프레이저의 참여동등의 이론을 내세워 메신저 보다는 "메시지에 더 취중”하기를 제안한다. 우리가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가 아닌 함께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에 중심을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견해다.

    

 

“내가 이미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나의 존엄성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기보다,

나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적 관계들 속에서 나는 비로소 존엄한 존재가 된다. “

    

 

장애인운동의 주체들은 자신들이 비정상적인 존재가 아니기에 정상적인 존재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단지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을 해체시키고자 했다. 저자는 낙인과 억압에 저항하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장애인의 자립보다는 자립과 의존의 이분법 자체를 없앤 후에야 이로부터 나아가  ‘함께 어울려 섬’, 즉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연립’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장애학의 도전>은 장애학을 중심으로 우생학, 동물해방론 등 관련 분야 학자들의 이론과 저자의 분석이 주 내용을 이루고 있다. 학술서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저자는 현장에서 경험해 온 일화와  장애인권역사와 노동권, 장애인 당사자주의 등 주된 사안을 어렵지 않은 언어로 풀어내고 있어 내용을 따라가기에 무리는 없다. 장애학이 가야하는 방향 설정과 기존의 장애학 개념을 새로이 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기에 사회과학도들은 자신의 연구분야의 방법론을 이 책에서 힌트로 삼을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전동휠체어에 기대어 ‘스스로에게 절망을 잘 숨기며’ 하루를 살아가는 한 장애인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읽었던 책이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라는 저자의 명제 덕분에 인터뷰 방향을 사회권으로 돌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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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5-19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가 이미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나의 존엄성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기보다,

나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적 관계들 속에서 나는 비로소 존엄한 존재가 된다. “
이 말에 동감합니다

신체적 장애를 놓고 정상과 비정상 이라는 이분법적 차별을 논하는 것 조차 부끄럽습니다

청공 2022-05-25 03:16   좋아요 1 | URL
그쵸. 차별적 시선이 없어져야 하죠.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제도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위안부, 제주4.3, 광주5.18에 관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온 권윤덕 작가.<용맹호>속 정비공 용맹호씨는 베트남전쟁 중 자신이 총구를 겨누었던 엄마와 아이의 환영에 시달린다.귀가 셋, 가슴이 셋, 눈이 셋, 발이 셋으로 변하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용맹호씨.초등고학년 친구들이 전쟁, 평화, 치유를 키워드로 삼아 다양한 생각을 들려줬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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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연구활동가인 김도현은 장애인이 무언가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 당사자가 아닌  ‘사회’에 있다고 말한다. 미국, 호주, 영국, 독일이나 북유럽 국가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이 시설에 수용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 자립해 지역사회에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자립하여 살 수 없다고 판단하기에 대부분 시설에 머물고 있다.

저자는 비슷한 상태인 발달장애인들이 어떤 나라에서는 자립이 가능하고, 어떤 나라에서 그렇지 않다면, 장애인들이 ‘무언가를 할 없는’ 원인이 그들의 몸에 있지 않다고 본다. 무능력한 사람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차별받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










자립은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존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세상이 장애인용으로 돼 있지 않으니 장애인은 의존할 수 있는 것이 무척 적습니다. 장애인이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니라 의존할 게 부족하기 때문에 자립이 어려운 겁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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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은 세상의 좌표어딘가에 시간과 공간이 서로 딱 들어맞는 완벽한 지점이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그래서 다들 여행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다소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움직이면서도어떻게든 가능성이 싹터서 결국엔 목표지점에 다다르리라는 희망을 품은 채로 말이다. 

적절한 순간, 적절한 장소에 도착한다면,
그래서 주어진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면 자물쇠의 암호는해제되고 비밀번호가 밝혀지고 진실이 드러나게 되리라. 더 이상 기회를 놓칠 일도 없고 우연이나 돌발적인 사건, 운명의 손길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리라. 아무것도 할 필요 없다. 그저 시간과 공간이 만나는 그 유일한 배열 속에 모습을 드러내고 출석을확인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거기서 당신은 어쩌면 위대한 사랑이나 놀라운 행운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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