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은 세상의 좌표어딘가에 시간과 공간이 서로 딱 들어맞는 완벽한 지점이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그래서 다들 여행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다소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움직이면서도어떻게든 가능성이 싹터서 결국엔 목표지점에 다다르리라는 희망을 품은 채로 말이다. 

적절한 순간, 적절한 장소에 도착한다면,
그래서 주어진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면 자물쇠의 암호는해제되고 비밀번호가 밝혀지고 진실이 드러나게 되리라. 더 이상 기회를 놓칠 일도 없고 우연이나 돌발적인 사건, 운명의 손길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리라. 아무것도 할 필요 없다. 그저 시간과 공간이 만나는 그 유일한 배열 속에 모습을 드러내고 출석을확인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거기서 당신은 어쩌면 위대한 사랑이나 놀라운 행운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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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인, 송경동의 네 번째 시집. 그가 지난 10여 년간 집회현장에서 싸워왔던 몸의 기록들이다. 추모시가 이렇게도 많을 줄이야. 2011년 고공 크레인 위에서 농성중이었던 한진중공업 김진숙의 복직을 위해, 송경동은 시민을 태운 185대의 희망버스를 부산 영도 크레인 앞으로 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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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고 손상되고 상처 나고 부서진 모든 것에 자꾸만 끌리는 것, 이것이 나의 증상이다. 시시한 것들, 뭔가를 만들다가 발생한 실수, 막다른 골목. 좀더 발전할 수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더이상 뻗어 나가지 못한 것들, 

혹은 그 반대의 경우, 즉 애초의 설계에서 너무 많이 확장된 것들 말이다. 표준을 벗어난 것, 너무 작거나 너무 큰 것, 넘치거나 모자라는 것, 끔찍하고 역겨운 것. 좌우대칭이 어긋난 모형,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방으로 번식하고, 싹을 틔우는 것, 혹은 그 반대로 수많은 개체가 하나로 줄어든 경우도 그렇다. 

반면에 통계 수치에 따라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 예를 들어 모두가 흡족한 표정으로 화목한 미소를 지으며 뭔가를 축하하는 풍경은 내게 아무런 흥미도 일으키지 못한다. 내 감수성은 기형학이나 괴짜를 향하고 있다. 나는 이런 기형의 상태 속에서 존재가 참모습을 드러내고 본성을 나타낸다는 고통스럽고도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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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다. 그것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눈앞에 풍경이 있다고 해도,
그래서 풍경의 떨림 속에서 넋을 놓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눈을 감아야 한다. 

나는 지금 너를 바라보고 있다. 너를 만난것은 내 일생의 사건이었다고 장차 나는 말하게 될 것이다. 이제 네가 나를 본다. 그렇게 눈을 맞추고 있는 너와 나를 다시 내가 본다.

그것이 풍경의 시선이다. 그것은 내 눈앞에 있으되, 눈을 감아도 여전히 거기에 있고, 눈을 감아야 제대로 거기에 있다. 풍경을 절대공간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그 속에서 감지되는 자기자신과의 불일치가 존재론적 순간을 만들어낸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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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제는 선주민 문제는 물론 살인 문제도 아니고, 소위 ‘부조리한 삶‘이니 실존주의니 반항이니하는 대단히 ‘프랑스 파리‘ 적인 것들이다. 이는 언제나 강탈당하고 투옥당하고 살해당할 위협 속에서 살면서 총을잡았던 그 선주민들의 처지에서는 대단히 사치스럽고 치사스러운 것일 수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죽인 프랑스 군인들의 집에 있던 프랑스제 향수와도 같은 것이었으리라.
- P40

아렌트는 파시즘이나 볼셰비즘과 달리 영국과프랑스의 식민주의는 과도한 폭력을 억제하는 분별력이있었다고 하면서 인도에서 간디가 비폭력주의로 성공했듯이 알제리에서도 비폭력주의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처럼말한다. 이는 거꾸로 파시즘이나 나치즘하에서는 폭력적저항이 불가결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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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3-1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 읽으신다.^^;

청공 2022-03-19 04:45   좋아요 1 | URL
ㅎㅎ 앞뒤 문맥없이 위 발췌만 보면 어려워 보일수도 있겠네요. 근데 요책 정말 수월하게 읽힙니다. 어쩌면 청소년들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박홍규 선생님께서 작년부터 내신 책들은 대중교양서로 딱 읽기 좋습니다. 새로운 관점의 책들, 출간되는 즉시 무조건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