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고 손상되고 상처 나고 부서진 모든 것에 자꾸만 끌리는 것, 이것이 나의 증상이다. 시시한 것들, 뭔가를 만들다가 발생한 실수, 막다른 골목. 좀더 발전할 수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더이상 뻗어 나가지 못한 것들, 

혹은 그 반대의 경우, 즉 애초의 설계에서 너무 많이 확장된 것들 말이다. 표준을 벗어난 것, 너무 작거나 너무 큰 것, 넘치거나 모자라는 것, 끔찍하고 역겨운 것. 좌우대칭이 어긋난 모형,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방으로 번식하고, 싹을 틔우는 것, 혹은 그 반대로 수많은 개체가 하나로 줄어든 경우도 그렇다. 

반면에 통계 수치에 따라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 예를 들어 모두가 흡족한 표정으로 화목한 미소를 지으며 뭔가를 축하하는 풍경은 내게 아무런 흥미도 일으키지 못한다. 내 감수성은 기형학이나 괴짜를 향하고 있다. 나는 이런 기형의 상태 속에서 존재가 참모습을 드러내고 본성을 나타낸다는 고통스럽고도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 P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풍경은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다. 그것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눈앞에 풍경이 있다고 해도,
그래서 풍경의 떨림 속에서 넋을 놓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눈을 감아야 한다. 

나는 지금 너를 바라보고 있다. 너를 만난것은 내 일생의 사건이었다고 장차 나는 말하게 될 것이다. 이제 네가 나를 본다. 그렇게 눈을 맞추고 있는 너와 나를 다시 내가 본다.

그것이 풍경의 시선이다. 그것은 내 눈앞에 있으되, 눈을 감아도 여전히 거기에 있고, 눈을 감아야 제대로 거기에 있다. 풍경을 절대공간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그 속에서 감지되는 자기자신과의 불일치가 존재론적 순간을 만들어낸다.
-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의 주제는 선주민 문제는 물론 살인 문제도 아니고, 소위 ‘부조리한 삶‘이니 실존주의니 반항이니하는 대단히 ‘프랑스 파리‘ 적인 것들이다. 이는 언제나 강탈당하고 투옥당하고 살해당할 위협 속에서 살면서 총을잡았던 그 선주민들의 처지에서는 대단히 사치스럽고 치사스러운 것일 수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죽인 프랑스 군인들의 집에 있던 프랑스제 향수와도 같은 것이었으리라.
- P40

아렌트는 파시즘이나 볼셰비즘과 달리 영국과프랑스의 식민주의는 과도한 폭력을 억제하는 분별력이있었다고 하면서 인도에서 간디가 비폭력주의로 성공했듯이 알제리에서도 비폭력주의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처럼말한다. 이는 거꾸로 파시즘이나 나치즘하에서는 폭력적저항이 불가결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 P55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22-03-1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 읽으신다.^^;

청공 2022-03-19 04:45   좋아요 1 | URL
ㅎㅎ 앞뒤 문맥없이 위 발췌만 보면 어려워 보일수도 있겠네요. 근데 요책 정말 수월하게 읽힙니다. 어쩌면 청소년들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박홍규 선생님께서 작년부터 내신 책들은 대중교양서로 딱 읽기 좋습니다. 새로운 관점의 책들, 출간되는 즉시 무조건 읽습니다^^
 

 

 

별똥별 아줌마로 알려진 이지유 과학자는 여러 해 동안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남편과 둘이 살고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온실효과를 내는 냉매제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행동이 그 이유라고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환경보호 실천의 최대치가 아닐까 싶다. 에코백을 쓰고, 텀블러에 음료를 담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지금의 기후 위기를 늦추는데 충분할까. 정부와 대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는 환경 정책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는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일본의 경제 사상가인 사이토 고헤이는 현재의 온난화 정책이 눈앞에 놓인 위기를 가리는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환경 전문가, 자본가, 정치가들이 내놓은 녹색성장론은 기후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저자는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난 원인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찾고자 한다.

 

 

환경 친화적인 신기술을 개발하여 경제 성장을 이루고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그린 뉴딜은 녹색 경제로의 이행일까? 저자는 자원 소비량이 늘어나는 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어렵다고 보았다.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노트북의 부품에 필요한 리튬과 코발트를 채굴시 수질 오염과 농작물 오염을 피해갈 수 없다. 바이오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방대한 농지가 필요하고 탄소포집저장을 위해서는 물이 대량으로 쓰인다. 서비스 부문으로 경제가 바뀌어도 기후 온난화를 막기는 어렵다. 여가 활동시 탄소발자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퍼센트 차지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는 일정한 선을 넘어서면 경제 성장과 생활수준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헤이는 생산과 분배를 어떻게 조직하고 배치하는지에 따라 사회의 발전이 달라진다고 보았다. 경제가 성장을 하지 않아도 기존 자원을 분배만 잘해도 사회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윤추구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본  저자는 경제적 격차 해소와 사회보장 확충을 증대하는  ‘탈성장 코뮤니즘’이 기후위기에 맞서는 모델로 제안한다. 수도, 전력, 주택, 의료 등을 공공재로 삼아서 사람들 스스로가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커먼’을 구조화하여 자본주의에서 해체된 지식, 자연환경, 인권을 회복하자는 의미다.

 

 

저자는 만년기 마르크스가 몰입했던 생태학과 비서유럽 사회의 공동체 연구에 주목한다. 마르크스는  성장보다는 비슷한 수준의 생산이 반복되는 순환형 경제를 지향했다. 인간도 자연도 모두 수탈 대상으로 삼는 자본주의로는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없고 생각한 마르크스는 GDP는 감소하나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은 장시간과 단순 노동에서 벗어나 안정된 삶을 영위할 것을 기대했다. 

 

 

‘탈성장과 코뮤니즘’이 현실 불가능하지 않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2050년까지 탈탄소화를 위해 시민들이 만든 바르셀로나의 '기후비상사태선언'을 예시로 든다. 선언문에는 240개 이상의 환경보호 실천이 제시되어 있다. 도시 공공 녹지화, 전력과 식량의 자급자족, 공공교통기관의 확충, 자동화 비행기 선박 제한 항공기 단거리 노선 폐지 등. 경제 성장보다는 시민들의 생활과 환경을 보호를 우선시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바르셀로나의 시정은 ‘두려움을 모르는 도시’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의 77개국으로 자치 주의를 추구하는 나라들과 연대를 하고 있다.

 

 

기후 위기의 원인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지목한 저자는 <지속 불가능한 자본주의>에서 마르크스의 만년기 사상을 참조하면서 과학자, 경제학자, 인류학자, 정치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견해를 제시하여 환경과 자본의 연결성과 문제점을 다각도로 살핀다. 더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 에너지 소비율, 지구 시스템의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와 도표를 예로 들어 독자들이 기후 위기 상황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에키카 체노웨스의 연구진에 따르면 3.5펴센트의 사람들이 비폭력인 방법으로 들고일어나 저항하면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저자는 ‘탈성장 코뮤니즘’을 향한 실천으로 3.5퍼센트의 동참을 호소한다. ‘기후 학교 파업’을 홀로 시작했던 그레타 툰베리. 자본주의 시스템의 불평등 문제와 환경 파괴의 경각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제 그녀와 손을 잡을 때가 아닐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2-03-09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청공 님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잘 보고 다음에 또 참고하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2-03-12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구 위기, 온난화, 녹색 환경 산업 등등 중요한 키워드 같습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있거나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계속되어 산불 진화에도 애를 먹는 등.
기후와 관련한 일들의 심각성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뼈저리게 느끼게 될 땐 이미 때를 놓친 게 될까 봐 걱정이고요...

얄라알라 2022-04-08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공님,
<지속불가능 자본주의> 리뷰 선정되심 축하드립니다.
저도 사이토 고헤이라는 학자를 이 책 통해 처음 알았는데, 대단했습니다. 인용된 책들, 관련된 책들 묶어 소개해주시니 계속 그 감동 이어가고 싶어지네요. 또 한 번 더 축하드립니다^^
 

생태제국주의 국가들은 ‘어딘가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의 노동력과 그 나라의 자연과 자원을 고갈하며 얻은 생산물로 풍요롭게 살아왔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인해 주변부였던 국가들에서조차 값싼 노동력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장시간 모른척 바다에 흘려보냈던 쓰레기들도 어패류와 물에 섞여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사이토 고헤이는 노동의 외부화가 불가능하면 자본을 축적할 수 없게 되고 환경 위기 역시 심각해진다고 보았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붕괴되어 혼탁할 상태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안정된 사회 시스템으로 갈아탈 것인가.˝ 자본주의의 끝을 향한? 분기점 앞에 지금 인류가 서 있다. (1장)










환경 위기라는 말을 듣고 많은 이들이 면죄부를 구하듯 에코백을 구입할 것이다. 하지만 그 에코백조차 디자인이 바뀌며 차례차례 신제품이 발매되고, 광고에 끌린 사람들은 이미 에코백이있음에도 새로운 것을 구입해버린다. 그리고 면죄부가 안겨주는만족감 때문에 에코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의 사람과 자연이 폭력에 노출된다는 사실에는 점점 무관심해진다. 자본의 속임수인 그린 워시는 바로 이렇게 사람들을 구워삶고 있다.
- P33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3-01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2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2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4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