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놀 청소년문학 13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를 먹어가면서 새삼 깨닫는 것들 중에 하나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것은 초등학교에서 배운다'라는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물어봐도 너무 당연하다고 말하는 사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가장 처음 배우는 원칙들. 그것만 지키면서 살아가도 세상을 참 잘사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러나 그 당연한 사실을 고의든, 실수든 우리는 쉽게 지키지 못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대부분의 문제의 시발점이 된다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는 어렵지 않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이 책은 발간 당시에 화제가 되었던 책이지만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으로 읽지 않았던 책이다. 그런데 얼마 전 최민수 주연의 영화로 제작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호기심이 동해서 읽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책을 선택할 때 선입견은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적이다. 이런 책을 2년이나 늦게 읽은 것도 나의 선입견 때문이 아닌가?


  소설은 평범하던 가정의 파탄에서 시작된다. '지긋지긋 하다'는 이유로 낡은 자동차 1대와 몇 달러가 든 유리병만 남기도 사라진 아빠. 주인공과 남동생은 엄마와 함께 버려지고 집도 없이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삶이 시작된다. 갑작스런 가족의 붕괴는 사춘기 소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고 정상적인 집으로의 복귀를 위해 소녀는 개를 훔치기로 한다. 길거리에 적힌 개를 찾는 전단지를 보고, 개를 훔쳐서 주인에게 돌려주고 사례금을 받겠다는 발칙한 음모를 꾸미는 주인공. 철없는 남동생과 함께 갑작스럽게 몰린 벼랑끝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녀만의 몸부림이 시작된다.


  소설은 개를 훔치는 일이 나쁘다는 상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 밖에 방법이 없다는 자기합리화 사이에서 방황하고 흔들리는 소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한 가장 기본적인 양심의 회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영화에서 최민수가 맡게 될 역할인 부랑자 아저씨는 소녀의 잘못을 모두 알면서도 곁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소녀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만든다. '저을수록 악취가 심해지는 법이다'라는 말로 소녀에게 진실의 가치를 전한다. 소녀가 양심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저을수록 악취가 심해지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그만 저으라고 충고한다. 악취가 나는 문제들을 계속 젓고 있는 사람들에게 양심의 회복을 요구한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가장 기본적인 도덕으로의 회귀를 요구한다. 그러면 모든 것이 잘 풀린다고 말한다.


  어른들의 시각에서 보면 말도 안되게 황당한 사건을 일으키는 천진난만한 남매의 이야기를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책의 무게가 무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어른의 시각을 철저히 배제한다. 아이의 시각에서 사건을 진행하고, 아이 스스로가 결론짓게 만든다. 작가는 그저 서술할 뿐이다. 철저히 아이의 시각에서 진지하게 써 내려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노트는 너무 진지해서 웃음이 난다.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풀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작가의 필력이 아닐까?


  우리 사회도 극단적인 양극화로 어느날 갑자기 벼랑끝에 몰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어른들의 문제는 어른들이 어떻게든 풀어나가지만 깨어진 가족에 속한 아이들의 고통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무겁지만 반드시 이야기 해야 할 부분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놓는 소설이다. 추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