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 킬러 - 본격 야구 미스터리
미즈하라 슈사쿠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국민학교(초등학교 아님) 6학년 때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그 후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열혈 야구광을 자처하며 살고 있는 나에게는

야구 시즌의 개막이 1년의 시작이고 한국시리즈가 끝나는 날이 1년의 마지막날이다.

그래서 야구를 소재로 하는 수많은 소설들을 보면서 언제나 즐거움을 느꼈다.

이재익 작가의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박민규 작가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상 작가의 [말이 되냐?],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구]까지.

어느날 우연히 방문한 블로그에서 추천한 [사우스포 킬러]는 그런 나에게 필독서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끌림은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서 나온다.

단지 야구 관련 서적을 공부해서 알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야구에 애정을 가져야 알 수 있는 지식들.

제목에 나오는 '사우스포'라는 말도 20년차 야구팬이라는 마눌님도 모른다고 할 정도이니

작가가 가지고 있는 야구에 대한 애정의 깊이와 지식의 해박함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소설의 첫장면을 구성하는 야구장면에서 부터 강한 흡입력으로 독자를 끌어 들이는 것은

이야기의 재미 보다도 야구팬이라면 느낄 수 있는 야구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던지는 마지막 시합의 장면이 주는 강한 감동과 진짜 승부를 본 것 같은 착각은

주인공 사와무라가 가지고 있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절박함을 멋지게 그려낸 작가의 애정 때문이다.

대부분의 야구만화나 소설들처럼 현실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야구이야기.

심하게 느껴질 정도의 현실성이 소설을 읽는 야구팬들에게 가장 강한 매력을 작용하고 있다.

 

야구를 단순히 사건의 소재로 삼아 이야기하는 소설들과의 차별점도 있다.

이 소설은 사건의 원인도 야구이고 범인의 범행동기도 야구이고 사건의 중심도 야구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연상되는 명문구간 오리올스의 유망한 좌완투수 사와무라.

어느날 처음보는 인물에게 습격을 받고 하지도 않은 승부조작의 주범으로 몰리게 된다.

자신에게 닥쳐온 위기. 자신이 지켜야할 명예와 억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와무라의 분투.

소설은 프로야구 구단의 뒷모습과 선수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그리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마치 구단의 프런트 직원이 쓴 것 처럼 리얼하게 묘사된 구단의 뒷모습은 씁쓸함을 남긴다.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선수를 끌어내려야 하는 치열한 경쟁에 몰린 프로선수들의 삶도 생생하다.

거기에 다소 시니컬한 유머를 날리는 주인공과 그와 비슷한 수준의 여배우가 나와 로맨스도 섞는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야구가 있고 사와무라가 1군과 2군을 오가는 과정에도 야구가 중심이다.

나름 치밀한 두뇌싸움도 있고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 속이는 치열한 암투도 있고 액션도 몇군데 보인다.

엄청난 흡입력과 잠시도 늦추지 않는 긴장감으로 말 그대로 '페이지이터'가 되어버리는 멋진 소설이다.

 

어떤 주제의식을 바라고 읽는다면 다소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야구를 좋아하는 야구팬이라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는 소설이다.

지금까지 읽은 그 어떤 야구소설 보다도 훨씬 재미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소설이다. 강추 !!!

 

P.S : 특히 마지막 시합장면의 감동은 아직도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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