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뿌리는 자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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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부였던 넬레 노이하우스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탄생시킨 타우누스 시리즈.

그 시리즈의 5번째 이야기인 [바람을 뿌리는 자]는 무척이나 잔인한 소설이다.

겉으로 포기에는 매력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의 가면 속에 숨겨진 천박한 욕망.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추악한 욕망으로 첨철된 가식적인 사람들의 본모습을 파헤쳐서

이미 알고 있었던 '인간의 본성은 추악하다'는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 적나라한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될까?

소설을 읽으면서 욕하고 비난하는 악인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달라 보이지 않는다.

 

타우누스 시리즈 전체가 그렇지만 이 소설은 작정한 듯이 인간을 깎아 내린다.

이전까지의 시리즈에서는 악인이라도 동정할 만한 여지를 조금은 남겨 두었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악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개인적 욕망에 사로잡힌 어린애 같은 사람들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화를 내고 투정을 부리고 남에게 상처주는 것은 주저하지 않는다.

모든 일의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고 그 타인에 대한 복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상처준다.

모든 판단의 기준은 자신의 이익과 욕망이고 타인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가책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그 모든 행동들과 타인에 대한 피해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목적 앞에서 타인은 그저 수단일 뿐이고 그들이 받는 상처는 자신이 알 바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런 방식의 삶이 법에 걸리지 않지만 소설에서처럼 살인으로 이어지면 심각하다.

물론 사건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충분히 악인이지만 살인을 저지른 그들의 악행은 더욱 치가 떨린다.

 

악인들 사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17세 소년 마르크.

이미 한 번 사람에게 상처받은 아이가 또 다시 자신이 믿고 따르던 이들에게 배신을 당한 상처는 깊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은 나 자신도 잘 알기에 소설 속 마르크에게 동정이 간다.

반면에 그에게 상처를 준 이들은 그저 마르크의 판단일 뿐 자신들은 강요하지 않았다고 핑계를 댄다.

강요하지 않았지만 마르크가 자신들에게 준 믿음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

어쩌면 살해당한 사람들 보다 훨씬 더 큰 피해자가 마르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평생 사람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그의 남은 인생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연속일 것이기 때문이다.

 

뒤늦게 소중한 것의 가치를 깨닫는 마르크의 부모의 모습에서 스스로 반성한다.

아이에게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해 주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이에게 희생을 강요한 잘못된 부모의 모습.

방치된 아이가 한 번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음에도 또 다시 방치함으로써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못난 부모.

책의 마지막에 가서야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 반성을 한다해도 마르크가 받은 상처는 보듬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방치된 아이들이 많다. 아들의 친구들만 봐도 혼자서 저녁을 먹은 아이들이 적지 않다.

그 아이들이 커서 부모들이 뒤늦게 손을 내밀어도 이미 받아버린 아이들의 상처는 어루만질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새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혹은 애써 모르는 척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가 과장되었다는 소설 속 설정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지구 온난화'라는 문제도 과장되었음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에 서서히 짜증을 느끼기 시작할 때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기후 변화 문제.

점점 더 논의의 중심이 기후 변화의 위협으로 이동해 가는 모습이 보이고 그 뒤에 숨은 나쁜 손이 보인다.

과장된 공포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들이 점점 더 공포를 과장되게 포장하고 있다.

물론 기후변화의 위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과장된 부분이 있고 그걸 노리는 손들이 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사람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잃어버리고 눈에 보이는 욕심에 빠져버린 사람들,

그리고 과장된 공포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불안은 넘겨주려는 사람들.

이 모든 거짓과 잘못과 위선의 근원에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있다. 인간의 본성은 사악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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