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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김정운 교수의 행복론은 지극히 단순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즐기면서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말이 쉽지 그게 되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해 보라고 권한다.
너무 철들지 말고 너무 엄숙해지지 말고 슬플 때는 눈치보지 말고 울어보라고 한다.
지나치게 엄숙한 한국 사회에서 남자로써 살아가는 만만치 않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
이번에는 남자들에게 이야기를 만들라고 한다.
여자들의 수다는 용납이 되지만 남자들의 수다는 용납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로 수다를 떨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혹 남자들에게 수다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지독하게 거창한 이름의 수다일 뿐이다.
여자들은 드라마나 화장품, 악세사리 등 자신들의 일상과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남자들에게 허락된 수다는 정치인들과 한국 사회에 대한 불평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남자들은 매일같이 술자리에서 사회의 부당함과 정치인들의 비도덕성, 재벌의 횡포를 안주삼는다.
그러나 아무리 신나게 그들을 까내리더라도 그 끝에 남는 건 공허함과 허탈함일 뿐이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이야기로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정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남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기를 바란다.
겉으로는 폼잡고 살고 엄숙주의의 함정에 빠져 근엄함을 최고의 덕목으로 치는 남자들일지라도
그들에게 소중한 물건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고 그 하나에 얽힌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고 소설이나 영화처럼 재미있거나 기구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좋을 것이다.
그들의 삶을 그들의 방식으로 소소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남자들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정치인들이나 재벌들, 한국 사회를 안주삼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물건에 대해, 그 물건들이 전하는 자신의 삶에 대해 수다를 떨 수 있어야 된다고 한다.
그렇게 인생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하나의 마디를 만들어 나가야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40대 남자인 나는 어떠한가? 200% 이상의 공감을 날린다. 속 시원한 분석이다.
책의 제목은 [남자의 물건]이지만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남자의 이야기'이다.
유명한 사람들의 물건과 그 물건에 얽히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삶의 소소한 행복이다.
그들의 삶이 옳고 그름을 논하지 말고, 그들의 사상이 나와 같고 다름을 논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만들어 나간 인생의 마디들을 함께 공유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나의 물건, 나의 마디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면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서 후반부에 나온 명사들의 물건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전반부에 김정운 교수가 전하는 메시지도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물건, 나의 마디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스스로 별로 재미없는 인생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그런 물건, 그런 마디들이 있었다.
지금도 내 옷장에 걸려있는 어머님이 사주신 가죽 점퍼, 오래전에 녹아버린 마눌님의 풋사랑이 담긴 사탕 목걸이 등.
길지 않는 내 삶에서 내 삶의 마디를 만들어준 물건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니 나도 꽤나 재미있는 삶을 살았다.
어쩌면 그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으로 써도 되지 않을까?라는 자뻑에 빠졌을 정도였다.
내 삶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내 인생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특히나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살아가는 수많은 동지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물건에 대해 생각해 보면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