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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웨이브
폴 앤더슨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나름 SF를 좋아하고 판타지를 좋아한다고 자부하지만 처음 접하는 작가 폴 앤더슨.
나는 전혀 모르는 작가이지만 이미 SF 분야에서는 거장이라고 인정되는 작가라고 한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스스로 손가락에 꼽히는 걸작이라고 생각한다는 소설 [브레인 웨이브].
처음 만나는 작가와의 설레임을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느날 갑자기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지능지수가 급격히 상승한다.
인간의 지능지수는 500에 이르고 동물들의 지능도 올라가면서 대혼란이 일어난다.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 단순한 노동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갑자기 증가한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혼란스럽다.
농장에서 기르던 가축들은 우리를 열고 탈출하기 시작하고 원숭이는 총을 들고 덤빈다.
가장 하층부에서 힘든 일을 하던 사람들이 떠나면서 도시는 생명력을 잃어가기 시작하고
지능은 발달했으나 본성이 변하지 않은 인간들의 폭력성을 그 정도를 더해가기 시작한다.
대혼란에 빠진 세상에서 자신의 중심을 잡고 나름의 질서를 회복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소설을 혼란에 빠진 이들과 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모든 생명체의 지능이 갑자기 증가한다는 설정만 믿고 스펙타클한 액션영화를 기대하면 안된다.
이 소설은 상황 자체가 주는 변화를 통해 상상력을 활짝 펼친 헐리웃 영화 스타일의 소설이 아니다.
물론 갑자기 늘어난 지능에 대처하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통해 나름의 상상력을 펼치고 있기는 하지만
소설적 재미를 위한 상상력은 거의 없고 인간의 본성과 인간문명의 성찰을 위한 상상이 있을 뿐이다.
쉽게 말해서 헐리웃의 SF 영화를 생각하고 이 소설을 읽는다면 분명히 실망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 소설을 SF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하는 철학적인 소설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능의 발달로 거리의 청소부까지 존재론적 철학을 논하는 사회에 대한 이미지는 나로서는 어지럽다.
실제로 일어난다면 인간의 반응이 어떻게 될 지 정말로 궁금하지만 지금의 사회로 본다면 많이 다를 것 같다.
이 소설이 쓰인 1950년대의 상황이라면 인간의 인문학적 소양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하기 때문에 가능한 상상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세계적인 거리감이 없어지고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너무도 가벼워진 인간의 문명이
지능의 급격한 상승이라는 상황을 마주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소설보다 훨씬 끔찍할 것이라는 상상은 가능하다.
물질적인 문명이 그 끝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과는 다른 소박한 상상이 정겹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다소 불쾌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은 소설의 배경이 가진 시대적 편견의 시각이다.
소위 말하는 허드렛일은 지능이 떨어진 사람들이 한다는 편견이 소설 속 혼란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시대적 의견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나와 같은 불편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름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다소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강력하다.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