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강남'은 특별한 곳이 되어 버렸다. 그들 스스로 만들어 낸 벽 때문이기도 하고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만든 벽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강남'이라는 말이 사회에 온갖 해악을 끼치는 원흉중에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진짜로 그럴까? 물론 그들이 사회에 끼친 해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도 엄연히 사회를 구성하는 일부분이고 그들에게도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있다. 이재익 작가는 그런 강남이라는 곳에서 소위 말하는 부유층의 삶을 살아갔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소설 속에 나오는 것처럼 아무 걱정 할 것도 없는 축북받은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도 나름의 고민이 있다. 아련하고 아픈 첫사랑 혹은 짝사랑도 있고 지고지순한 순정도 있고 세상에 나가고 싶은 강력한 욕망도 있다. 수많은 감정들이 휘몰아치고 방황하고 아파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강남아이들과 다르다. 어쩌면 작가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만든 커다란 편견의 벽에 가로막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과 방황마저 '배부른 소리'로 치부되는 강남키드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연예계 최고의 스타인 서연희의 죽음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녀와 함께 '강남키드'로 살았던 압구정소년 4명과 반포소녀 7명이 모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희를 짝사랑했던 주인공은 그녀의 죽음에 숨어있는 의혹들을 밝혀내고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그녀의 죽음에 그녀의 남편이자 주인공의 친구였던 대웅이 깊숙히 개입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녀의 죽음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녀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함께 지냈던 학창시절이 그려지면서 연희, 대웅, 소원, 그리고 주인고의 관계가 하나씩 설명된다. 주인공 우주의 아리고 슬프기만 했던 첫사랑이자 짝사랑의 기억과 대웅에 대한 자괴감, 학교 밴드였던 '압구정 소년들'을 중심으로 한 그들의 학창시절이 그려지면서 강남키드들 만의 추억을 되살린다. 그들의 학창시절이 일반인들의 학창시절과 많이 다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들도 나름의 성장통이 있었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특별한 아이들의 평범한 성장통'이 학창시절과 함께 그려진다. 과거의 회상과 맞물려 돌아가는 또 하나의 축은 연희의 죽음을 둘러싼 현재의 이야기이다. 연희의 숨은 남자였던 상만이 등장하고 대웅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이 하나씩 드러나며 소설은 추리소설이 된다. 그녀는 왜 죽어야 했으며 상만이라는 인물은 과연 누구이며 대웅은 진정 욕망에 잡아먹힌 괴물인가? 기자라는 직업으로 포장된 우주의 추적은 치밀한 조사와 개연성 있는 추리로 하나의 진실로 수렴된다. 그러나 결국은 마지막에 가서 하나로 수렴되는 진실이 완전히 다른 진실로 뒤집어지면서 추리소설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 결말의 반전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도 착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소원이 중간에 자신의 트라우마를 얘기하며 '우주'의 트라우마를 묻는다. 소설의 한 축인 연희의 죽음을 추적하는 계기는 아마도 우주 자신도 알지 못하는 트라우마 때문이었을 것이다. 스스로가 인정한 대웅에 대한 열패감이 그의 트라우마가 되어 강한 선입견을 갖추게 한 것이 아닐까? 그 선입견이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정보들과 맞물려 진실이 아닌 진실로 수렴되면서 그의 추적의 동력이 되었다. 작가는 우리 사회의 또다른 선입견을 경게하고 있는 건 지도 모르겠다. 우주가 대웅에게 느끼는 열패감은 서민들이 강남을 바라보는 감정선과 그 괘를 같이하고 있다. 대웅의 본 모습과 다른 선입견이 진실을 호도하는 것 처럼 강남에 대한 우리들의 선입견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강남키드였음을 고백하며 나 역시 당신들과 다르지 않다고 항변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재익 작가는 언제나 만족이다. 그릐 작품을 처음 본 것이 얼마되지 않았는데 정말 딱! 내 스타일이다. 쉽게 읽히고 재미있고 긴장을 놓을 수 없으면서 뭔가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는 이야기들. 서민적인 정서와 다른 부분이 상당히 많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비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이 현실인 것을. 별 기대없이 읽었다가 많은 재미를 선사한 이 소설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