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스토리콜렉터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에서 '미미여사'라는 애칭으로 알려지 미야베미유키는 사회성 강한 소설을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조만간 영화가 개봉한다는 [화차]를 비롯하여 그녀의 대표작인 [모방범], [낙원] 등의 소설들을 통해서 현재 사회의 아픈 상처를 들춰내는 소설을 많이 썼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읽기 전에 '이번엔 어떤 문제를 이야기하려 할까?'라는 가벼운 호기심을 안고 읽게 된다. 이 소설은 나온지가 꽤 오래된 소설이다. 작가후기에 2001년으로 날짜가 적힌 것을 보면 10년이 넘은 소설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도 넘어 이제는 3년이면 세상이 바뀌는데 10년이 넘은 소설에서 건질 것이 있을까?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소설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살인 사건을 풀어가기 위해 형사들이 사건 당사자들을 심문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 심문의 과정이 마지막에 커다란 반전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따라가는 것은 그런 심문의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범인이 밝혀지고 있으니 소설은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강력한 사회소설이다. 미미여사가 이번에 건드린 것은 인터넷이라는 매체속으로 숨어버려 서로의 소통이 없어진 가정과 사회에 대한 문제이다. 이미 10년전의 소설인데 소통의 부재를 고민하고 있었다는게 신기하다. 지금 우리사회의 가장 큰 화두가 바로 '소통'이 아닌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SNS의 발전이 개인간의 소통을 극대화 시켰다고 하지만 그 속에서 '가족'은 사라져 버렸다. 가족간의 소통은 사라지고 익명성을 무기로 하는 인터넷상의 소통만 남아버린 지금의 사회는 미미여사는 10년전이 무섭도록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소통의 부재가 가져온 한 가족의 비극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경고한다. 그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뼈져러기 느끼고 있지 않는가? 아버지는 이미 가정에서 자리를 잃은지 오래이고, 경제를 핑계로 엄마마저 회사로 내몰리고 남은 아이들은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지내는 가정이 한 둘이 아닌 지금의 우리사회. 가족이 함께 한끼도 같이하기 힘든 사회의 모습. 그 결과 인터넷으로 숨어버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소설속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어 소름이 돋는다.  가정을 자신만의 왕국으로 만들어 가족들을 자신에게 무조건 복종하게 만들려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반항하며 끝까지 순응하지 않으려는 똑똑한 딸. 둘 사이의 소통의 부재가 가져온 무서운 결과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은 깨달으면 이 소설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소설 자체의 힘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내가 결코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출판사의 마케팅이다. 나온지 10년이 된 소설을 마치 '미미여사'의 신작인 듯 선전한다. 나 또한 이 소설이 그녀의 신작인 줄 알았다. 그래서 마지막 작가 후기를 읽기 전 까지 지금의 인터넷 세상과 너무도 다른 소설 속 모습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벌써 10년이 지난 소설이니 당연한 것을 작가가 인터넷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읽었다. 한 마디로 출판사의 마케팅에 완전히 속아 버렸다. 아무리 좋은 소설도 이런 기분이라면 정말 아니다. 10년이 지난 작품이 신작으로 둔갑한다면 도대체 독자가 출판사를 믿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찝찝하다. 난 또 사기당한 기분이다 !!! 소설 자체의 문제 보다는 출판사의 마케팅에 의해 완전 실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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