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줄, 첫문장에서 부터 빵 터졌다. 그리고 그 웃음이 끝까지 이어진다. 문제아 도완득과 문제선생 '똥주'의 만남이 시종일과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우울하기 그지없는데 그들의 모습을 유쾌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완득이가 타고난 낙천가도 아니고 오히려 스스로의 껍질속에 숨어서 목을 움츠리고 있는 거북이 같은 모습인데 소설은 한없이 유쾌하기만 하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소외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 자칫 심각할 수 있는 부분들을 건드리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소설. 이 소설이 대박이 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읽는 내내 지하철에서, 버스안에서 혼자 킥킥대게 만들었던 소설. 즐겁게 읽고 묵직한 주제의식을 가질 수 있는 멋진 성장소설이다. 난쟁이의 몸으로 캬바레에서 춤을 추는 춤꾼 아버지, 그 아버지를 쫓아다니는 정신지체가 있는 민구 삼촌, 베트남에서 시집왔지만 속았다는 사실에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 그리고 뭔가 잔뜩 비리덩이리일것 같은 '똥주'선생. 완득이를 둘러싼 만만치 않은 환경에서 완득이는 스스로의 껍질을 만들고 그 속에 숨어서 가끔씩 세상으로 삐져나왔다가 사라지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려는 똥주선생의 노력이 그려진다. 그런데 그 노력이 뭔가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완득이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똥주선생의 노력은 완득이를 괴롭히는 모습에 가깝다. 자신의 손으로 강제로 끌어내기 보다는 스스로가 서서히 껍질을 깨고 나오도록 유도하는 그의 모습은 겉보기와 다르게 속이 깊다. 그러나 소설의 문법은 두 사람의 개그 캐릭터가 합쳐져서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 같은 약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잔인한 시선을 이야기하면서도 유괘하다. 풋풋하고 가슴 설레는 첫사랑을 그리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특히나 첫키스하던 날 완득이 사소한 것이 웃음짓는 장면은 나도 모르게 웃음을 따라하게 하는 마력을 보여준다. 이제 곧 중학생이 되는 아들을 위해 구입한 책이었다. 아들에게 주기 전에 어떤 내용인지 알고 싶어서 읽었다. 주인공이 고등학생이고 그의 환경이 교육적이지 못해서 아직은 아들에게 읽히기는 다소 무리인 듯. 그러나 서서히 사춘기로 접어드는 아들이 어느날 자기만의 껍질속에 갇혀 나오기 힘들어 할 때 소설의 똥주선생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데 잘 될런지 모르겠다. 곧 영화가 개봉된다고 하니 아들 손을 잡고 영화를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소설을 읽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 P.S :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의 주인공 유아인과 김윤석을 대입해 보았다. 꽤나 잘 어울렸다. 그래서 영화 기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