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교전 1 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기시유스케의 작품은 언제나 나에게 공포를 안겨준다. 이미 영화로도 나와서 크게 히트했던 [검은 집]도 그랬고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재미있었던 [크림슨의 미궁]이라는 소설도 그랬다. 무더운 여름 밤에 혼자 읽으면 등골이 서늘한 기분을 지울수가 없어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찾게 되는 소설들이다. 내가 작가들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고 거기다 일본작가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그만큼 그가 쓴 소설들이 나에게 전해주었던 강렬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이 소설은 [검은 집]의 사이코패스를 가볍게 능가하는 최고의 악인을 그리고 있다. 내가 읽었던 수많은 소설들에 등장하는 어떤 사이코패스도 꼬리를 내리게 만드는 악마. 최고의 사이코패스의 탄생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소설의 무대는 고등학교이다. 그곳에 준수한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로 학생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능숙한 일처리로 동료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영어교사 하스미가 있다. 이야기의 처음은 하스미가 자기반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첫 장에서 그의 모습은 평범함을 뛰어넘는 능력있는 교사이다. 1장의 마지막에서 까마귀를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부터 서서히 그의 본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을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과 동조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하스미의 과거와 관련된 의문의 죽음들이 하나 둘 실체를 드러내고 그런 모습들이 점점 하스미라는 악마의 본성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천천히 드러나는 하스미의 정체는 서서히 공포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에 치달아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하스미의 악마적 본성에 치를 떨고 분노를 넘어서는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기시유스케의 소설은 반드시 여름에 읽어야 한다는 진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검은 집]에서도 그랬고 [크림슨의 미궁]에서도 그랬듯이 기시유스케는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공포를 서서히 고조시키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있는 작가이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 알고 있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도저히 눈을 돌릴 용기가 나지 않을 정도의 공포를 심어준다. 피 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에서 끔찍함 보다 공포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재주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에 신뢰가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소설도 마지막 하일라이트 부분에 가서는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공포를 느꼈다. 인간이 진정 이렇게까지 잔인해 질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다가도 충분히 그럴수 있을것 같다는 확신도 들었다.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범죄들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범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설에 나오는 하스미의 범죄들만 보더라도 누가 과연 그를 의심조차 할 수 있겠는가? 혹시나 작은 의문이라도 가진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대체적으로 지능이 뛰어난 사이코패스들의 논리에 막힐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들이 잡히는 이유는 대부분 그들이 의도하지 않는 실수 때문이라고 한다. 소설속 하스미의 범죄가 드러나는 것도 그가 통제하지 못한 증거 때문이다. 그런 사이코패스가 지금도 우리와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있다. 어쩌면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호감가는 누군가가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어느 학교에나 존재하는 학교괴담과 연결시킨 시도가 좋았다. 게다가 결국 하스미가 어떤 처벌을 받을지 알려주지 않는 애매한 결말. 마지막에 식당주인과 단골손님의 대화에서 보여주는 미묘한 여론의 흐름. 죽지않고 살아남은 아이들. 이 책의 속편이 반드시 나와야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하스미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가 나 같은 독자들을 위해서 속편이난 시리즈를 만들어 줄 수는 없을런지...  

  여름 같지도 않았던 여름이 끝나기 전에 기시유스케의 [악의 교전]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가는 동안 서늘한 공포가 엄습해 오게 될 것이다. 늦더위를 물리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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