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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켄 ㅣ 스토리콜렉터 1
아리카와 히로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키켄'은 소설의 주무대가 되는 동아리의 약칭이지만 일본어로 보면 '위험'이라는 단어와 같다고 한다. 이 소설은 제목 자체에서 보여주듯이 가장 위험한 청춘들이 벌이는 가장 화려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인생의 황금기는 20대라고 하고 그 시기를 돌아보면 무모할 정도로 '위험'했던 시절이지만 그만큼 화려했던 시절이 없었을 정도로 눈부셨던 나날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무모했던 청춘이 생각났고 나의 화려했던 나날들이 생각났다. 눈물나게 웃기면서 그 속에 또 다른 눈물이 숨겨져 있는 이야기. 책 표지를 보고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소설을 뒤늦게 읽었다.
불법과 장난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드는 위험한 동아리 '키켄'에 들어가게 된 주인공 모토야마. 소설은 1년 동안의 동아리 활동을 5가지의 에피소드로 엮어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옴니버스이면서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신입생을 모으기 위해서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캠프파이어를 만들어놓고 폭파해 버리는 무모한 집단. 축제에서 최고의 매상을 올리기 위한 위험천만한 이야기. 로봇씨름에 출전한 '키켄'의 위험한 도전 등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무모함이 담겨있다. 그들의 좌충우돌은 시종일관 웃음기를 거둘 수 없게 만들고 때로는 포복절도할 대폭소를 만들기도 한다. 등장인물 하나 하나가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그들의 행동의 돌출성은 누구도 막을 수 없고 그것이 그대로 독서의 즐거움으로 연결된다. 신나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어떻게 저런 인물들이 모일 수 있냐는 비현실성을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남자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는 남학교로만 다닌 나도 폭우가 쏟아지면 학교 뒷산을 무너뜨리겠다고 쉬는 시간마다 돌맹이를 던졌고, 달도 뜨지 않는 밤에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농구를 하다 얼굴이 찢어지기도 했었다. 내가 아는 친구녀석을 밤 12시만 되면 완전나체로 운동장을 돌기도 했다. 호르몬이 넘쳐나고 해결할 수 없었던 그 시절에 가능했던 일이다. 소설의 무대가 공대라는 것은 어이없는 등장인물들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남자들만 모인 곳에서 일어나는 믿지 못할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그래서 더욱 놀라운 것이 소설의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어찌 이리 남자들의 세계를 그릴 수 있는지 신기하다. ^^
대학교 때 나도 동아리에 미친 적이 있었다. 방학 때도 동아리 방에서 살면서 즐겁게 놀았던 기억은 지금도 내 인생의 가장 눈부셨던 날들로 기억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 시절이 그리워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돌아갈 수는 없어도 추억할 수 있는 그 시절이 있어서 행복했다. 지금 청춘을 지나고 있는 이들이나 한 때의 청춘을 추억하는 이들 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소설이다.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