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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진짜 안 와
박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박상이라는 작가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면 이 소설의 문체에 당황할 것이다.
처음 그의 소설 [말이 되냐?]를 읽었을 때 내가 느꼈던 당혹감을 생각하면
이 소설의 전반에 걸쳐 튀어나오는 거칠고 상스러운 말투들은 이제 익숙하다.
야구에 미쳐있는 광팬의 입장에서 [말이 되냐?]라는 말이 안되는 소설에 빠졌던 기억.
그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거부감드는 표지에도 불구하고 선택하게 된 소설이다.
'작가 뒷담화'에서 작가 스스로 이야기하듯이 [이원석씨의 타격폼]이라는 단편집에서
작가가 빠져있다고 고백하고 있는 야구와 락음악에 대한 소설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이 되냐?]라는 소설이 야구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 소설은 락음악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되는 일 하나없이 인생이 꼬일대로 꼬이던 주인공이 무작정 영국으로 날아가서
락음악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자신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청춘의 방황과 뭔가 꼬일대로 꼬여버린 세상에 대한 분노와 그에 대한 반항을
락음악이라는 소재를 기반으로 풀어낸 청춘의 방황에 대한 거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 한국이라는 사회가 가진 부조리와 잘못된 인식에 대한 자조섞인 비판이 있고
겉으로 보기엔 그 나라의 날씨 만큼이나 갑갑해 보이는 영국사회가 가진 힘이 담겨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락밴드들이 유독 영국에서 많이 나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영국이라는 사회의 분위기와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인식의 힘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영국에 대한 찬사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이민국의 까다로운 모습은 대단히 배타적인 영국의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고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는 영국 10대들의 모습이 그대로 영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가 무대를 영국으로 설정한 이유는 책을 읽는 내내 느낌으로 알 수 있게 된다.
락음악이 소재라고 하지만 그 속에서 빛나는 것은 청춘의 훈장같은 사랑이다.
결국 주인공을 불운의 악순환에서 구해내고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것도 사랑이다.
소설에서 주인공 못지않게 중요하게 등장하는 '롹스피릿'을 다시 일깨우는 것도 사랑이다.
처음부터 '롹스피릿'이 롹정신에 위배된다고 강하게 거부하던 사랑이 결국 승자가 된다.
거친 말투와 마약과 그룹섹스 등의 읽어내기 힘든 일탈들이 등장하고 난잡하지만
그런 혼란과 난잡함과 방황 속에서도 결국 사랑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그게 사랑의 힘이다.
락이라는 장르는 어느 시대이건 반항의 상징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의 문체도, 내용도 일반적인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거부감이 강하게 든다.
그러나 과연 락이라는 장르가 태생적으로 사회와는 융합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소설에서 처럼 궁상맞은 삶을 견디고 사회에 대한 불만을 터뜨려야만 제대로 된 락일까?라는 생각.
어쩌면 락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를 사회에 대한 반항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의 시선이 삐딱해진 것을 탓하기 전에 락을 하는 사람들 스스로의 태도에 고민을 해 보았으면...
청춘의 방황과 사랑에 대한 다소 거칠고 거북하지만 유쾌하고 즐거운 소설이다.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