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미 드라마로 방영한 적이 있는 이야기이다.
뻔한 내용의 신파이고 언제 어떤 장면에서 눈물을 바라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앞이 훤히 보이는 이야기이고 눈물을 강요하지만 어쩔 수 없다.
iPad로 읽기 위해 전자책으로 구입했으니 망정이지 책이 젖을 뻔 했다.
처음부터 강요하는 슬픔과 눈물이지만 그 늪에 스스로 발을 담그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편안히 써 내려가던 이야기가 어느 한 장면, 어느 한 대사에서 눈물을 뺀다.
코 끝이 찡해지는 장면이 수시로 이어지면서 눈물을 멈추지 않게 만든다.
이 나이에, 다 큰 아저씨가 버스에서 눈물을 흘릴 수 없어 꾹꾹 참아야 했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어머니들의 모습을 닮은 인내력의 달인 엄마에게
어느날 느닷없이 찾아온 '암'이라는 죽음에 직면한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무뚝뚝하고 잔정없는 남편, 언제나 속만 썩이는 딸과 아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혈육이라고 하나 뿐인데도 날건달이 되어버린 동생.
그 모두를 하나로 어우르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탱해준 사람의 부재.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무엇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낯설다.
죽음을 맞이하고서야 가족들은 엄마를, 아내를, 누나를 바라보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 가족이 겪는 이별과 화해와 사랑의 이야기가 소설 가득 들어 차 있다.

나의 어머니도 자궁암으로 30년을 고생하시다 결국 암으로 돌아가셨다.
의료계에 기록될 정도로 기적적인 삶을 살다가신 어머니의 모습과 많이 겹쳤다.
이 가족이 그토록 바라는 기적을 난 하늘의 축복으로 받았음에도 참 못난 아들이었다.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가 30년을 사셨는데도 난 무엇하나 해드린게 없다.
개인적인 사생활과 겹쳐지면서 이 소설의 가족들의 바램이 얼마나 절실한 지 깨닫는다.
그 절실함이 기적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그 절실함이 이별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제목 그대로 그들의 이별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어느날 나에게 죽음이 예고 된다면 난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이 소설의 엄마처럼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조용히 삶을 정리할 수 있을까?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그렇게 의연하고 조용하게 세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진다고 하지만
막상 내 일이 되고나면 절대로 그렇게는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에 조금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소설이다.
점점 더 핵가족화되고 그런만큼 더 외로워져만 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알려주는 책이다.

최근 영화로 개봉하여 성공적인 흥행을 하고 있다고 하는 이 소설.
배우들의 명연기로 감상하는 것도 좋겠지만 책으로 읽어보면 더 큰 감동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전할 수 없는 보다 인간적인 감성들이 소설에 더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울고 싶을 때,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문득 외롭다고 느껴질 때 펑펑 울어버릴 수 있는 소설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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