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블루베어의 13과1/2 인생 1
발터 뫼르스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누가 나에게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를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난 2명을 추천한다.
과학과 세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으로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처음부터 끝까지 가상으로 만들어진 '차모니아'라는 상상의 대륙을 배경으로 하는 발터뫼르스이다.
특히 이 책의 작가인 발터뫼르스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니아층을 가진 작가이다.
그의 소설은 모두 가상의 대륙 '차모니아'를 바탕으로 하는 차모니아 4부작으로 대표된다.
그 첫번째 이야기인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2분의1의 삶]을 시작으로 
[엔젤과 크레테],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 [꿈꾸는 책들의 도시]로 이어지는 4부작과
외전의 성격이 강한 [에코와 소름마법사]까지 그의 소설들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보물창고이다.
처음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읽었을 때는 아들이 읽기에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이나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 같은 책들은 아이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쉬운 소설이다.

차모니아 시리즈의 시작인 이 소설은 차모니아에 대한 설명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블루베어가 호도껍질에 버려진 채로 난쟁이 해적들에게 발견되는 것을 시작으로 
차모니아 대륙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며 신기한 자연현상들과 수많은 종족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이런 설명의 나열로 이야기를 끌어가지 않는다. 블루베어의 모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블루베어가 떠나는 모험의 과정에서 만나는 차모니아의 자연과 종족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지는 방식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즐겨쓰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비슷한 백과사전이 등장한다.
다면 베르베르의 백과사전이 사실을 근거로 쓰여졌다면 이 소설의 백과서전은 120% 뻥이다.
오죽했으면 이야기의 백미가 할 수 있는 아틀란티스에서의 거짓말 검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들고 채워져 있는 소설이다.
그런데 그걸 뻔히 알면서도 매번 그의 소설들을 읽으면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소설에 빠져들면 나 스스로가 차모니아 대륙의 한 종족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만화가 출신이라는 작가의 이력을 보여주는 삽화들은 그런 상상의 세계에 더 빠져들게 만들어 준다.
그가 삽화를 통해 형상화 시킨 차모니아의 종족들은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역겹고 때로는 무섭다.
작가의 서술방식에는 유머와 재치로 가득 차 있고 상상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그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
나이가 들어서 이런 류의 판타지 소설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하겠지만
나처럼 철이 덜 든 어른이나 초등학교 고학년들에게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인도해 주는 멋진 소설이다.

언제나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우리 사회가 많이 경직되었다는 느낌이다.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이야기인데 그걸 문제로 삼는 사람이 많다.
왜 그렇게 허황된 이야기에 시간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서 무수히 많다.
난 그래도 판타지 소설이 좋다. 아이들의 허풍대결처럼 느껴지는 이야기 속에서 휴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빡빡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가끔씩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판타지 소설들은 그런 욕구에 대한 배출구로서 그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어른들도 판타지 소설을 읽었으면 좋겠다.
역자 후기에 나오는 말처럼 완전한 거짓은 사회에 대한 무차별적인 풍자가 가능하게 만든다.
이 소설에 나오는 수많은 거짓말과 속임수들이 우리 사회에서 발견되고 있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은 선의만이 존재하는 곳이 아님을 알려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제나 기대하고 언제나 만족하는 발터뫼르스의 소설이다. 
차모니아라는 신기한 대륙으로 떠날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으면 언제든지 이 책을 통해 떠나보자.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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