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히 불량해 보이는 4명의 그림이 그려진 표지가 눈에 띄었다. 거기에 '청소년 문학상 대상'이라는 타이틀까지 얹어져서 선택을 했다. 원래 목적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는데 아직까지 이 소설을 읽기에는 아들의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아쉬웠다. 소설은 말 그대로 불량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뭉치면 죽고 떨어지면 산다'(?)는 이상하지만 기가막힌 가족의 이야기. 그런 환경의 청소년이 겪을 수 있는 가출의 유혹을 유쾌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제목에서 가족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은 무대를 학교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소설의 무대는 가족과 부대끼고 살아가는 집과 현실도피의 장소인 인터넷 카페로 한정된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고민 중에서 가족과 환경에 촛점을 맞췄다. 불법은 아니지만 정상적이지도 않은 사업가 아빠, 주식에 빠져 있다 뇌출혈로 쓰러진 삼촌, 입만 열면 욕이고 화려한 과거에 잡혀사는 할매, 희귀병으로 인해 성인이 되서도 기저귀를 차는 오빠, 입으로 들어가는 건 엄청난 식탐이고 나오는 것은 거친 욕 밖에 없는 언니, 게다가 오빠, 언니, 주인공의 엄마가 서로 다른 집안. 말 그대로 콩가루 불량 가족의 상황에 기가 막힌다. 그런 환경에서 매일 가출을 꿈꾸기만 하는 주인공과 실제로 가출을 감행하는 가족들. 복잡하고 어지러운 이야기 속에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헤체되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애(?)가 생긴다. 뭉쳐있을 때는 서로가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지만 정작 해체되고 나서야 느껴지는 가족의 가치. 가족의 해체라는 역설을 통해 가족의 가치의 발견이라는 주제를 이끌어 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주제를 찾으면 꽤나 무거울 수도 있지만 소설 자체는 속도감있고 재미있다. 요즘 아이들이 왜 어른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코스튬플레이'에 빠져 지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조금 있으면 사춘기에 들어 설 내 아이의 모습과 많이 오버랩이 되기 때문에 얻은 것이 많다. 내 아이도 이런 방황의 시기를 건너가야 할 텐데 아빠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아야 할 지 조금은 힌트를 준 것 같아서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철저히 청소년의 눈높이와 청소년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이야기이기도 하고 철저히 그 아이들의 세계에서 통하는 그 아이들의 언어로 써 내려간 이야기 이기도 하다. 조금은 낯설지만 재미있게 읽으며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소설이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