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암, 청춘은 청춘 - 오방떡소녀의 상큼발랄한 투병 카툰
조수진 글.그림 / 책으로여는세상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 어머니는 처음으로 '자궁암' 판정을 받으셨다.
어린 나이였기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고  아파하는 어머니의 모습만 익숙해져 갔다.
그 당시 너무가 가난했던 우리 형편상 어머니는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셨고
요양을 겸해 서울을 떠나 포항으로 이사를 갔다.
의사가 6개월을 산다고 했는데 그렇게 어머니는 20여년을 견디셨고 완치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 이번엔 폐에서 발견되 새로운 암으로 그렇게 나의 곁을 떠나셨다.
그렇게 나는 가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기에 암은 나에게 아픈 기억이다.

얼마 전 이 책의 작가인 '오방떡 소녀'의 죽음이 인터넷과 TV를 통해서 전해졌다.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했던 그녀의 사연이 가슴아파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이 책은 그녀의 고통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밝고 유쾌하고 따뜻한 투병기이다.
어머니의 고통을 수십년간 지켜본 나였기에 그녀의 고통이 얼마나 큰 지 느낄 수 있는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면서도 이렇게 밝고 유쾌하고 따뜻한 만화를 그릴 수 있다니.
그림이 뛰어나게 이쁘지도 않고 이야기가 길지도 않지만 너무도 따뜻하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아픔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도 이쁜다.
여전히 철부지처럼 행동하는 모습마저 너무도 사랑스럽고 웃음이 배어나게 만든다.
게시판에 쓰여진 수많은 공감의 댓글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그녀가 이 책을 통해서 그녀와 같은 처지의 환우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은
현재의 고통에 지지않고 자신을 지키는 가족들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완치에 대한 희망이다.
그 모든 것을 한권의 책에 담아두고 조금 일찍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된 그녀에게 감사할 뿐이다.
오래간만에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만화를 만났다. 
이 만화를 통해서 내 주변을 둘러싼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감사를 다시한번 하게 된다.

그녀는 떠났지만 그녀의 메시지는 남아있음을 느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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