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외면했던 진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ㅣ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최고의 미남에 공부도 잘하고 성격까지 좋은 '엄친아' 토비아스.
어느 날 술에 취해 기억이 없던 3시간 동안 그는 2명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리고
순식간에 진행된 재판에서 10년형을 받고 그의 청춘과 그의 가족의 삶은 붕괴된다.
10년만에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는 그를 반기는 사람은 없고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낸다.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대적인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는 이상할 정도이다.
그러던 중 토비아스와 친하게 지내던 여학생이 또 다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11년전의 사건이 반복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모두들 외면했던 11년전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이 소설. 안 읽었으면 정말로 후회했을 소설이다.

얼마 전에 영화로도 성공했던 웹툰 '이끼'를 소설로 읽는 느낌이다.
배경이 독일이라지만 그들의 행동 하나 하나는 '이끼'에 나오는 사람들과 끔찍하게 닮아 있다.
소설 속 사건은 11년만에 재현된 여학생 실종사건이지만 그 진실은 11년전 사건과 이어져 있다.
백설공주는 왜 죽어야만 했는가? 왜 그 죽음이 토비아스라는 청년의 삶을 담보로 해야 했는가?
겉으로 순박해 보이는 독일의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의 추악한 진실은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인간의 잘못된 욕망의 비참한 결과를 보여준다.
아무리 덮으려 해도 진실은 스스로 드러나기 마련이고 은폐의 결과는 쓰다는 것을 다시 일깨운다.
완벽한 은폐란 있을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는 진부하지만 빛이 나는 진리이다.
비록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더라도 소설 속의 이야기 만으로도 이기적인 욕심을 스스로 경계하게 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독일의 지명과 등장인물들의 이름들 때문에 소설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그 낯설음의 과정이 지나고 나면 500여 페이지의 두꺼운 분량이 순식간에 읽힌다.
이 소설을 추리소설로 읽는다면 시시할 수 있다. 범인은 초반에 대부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인간의 악마적 본성과 그래도 남아있는 양심에 관한 이야기로 읽는다면
그들이 은폐하고자 했던 추악한 진실에 감춰진 인간의 본성에 씁쓸함을 느끼면서
그래도 남아있던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것에서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자기 남편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한 남자에 대한 지독한 집착 때문에...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나름대로 은폐에 가담해야 했던 그들의 작은 동기가 만든 엄청난 사건.
그 진실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한 잘 쓰여진 소설이다.
추악한 진실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목가적인 독일농촌의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은 보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