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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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야기 해. 잠들지 않도록...'
소설의 처음과 끝을 이어주는 이 한 줄의 문장이 이 소설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요즘들어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의 엄청난 스토리텔링에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 접한 '최제훈'이라는 이 작가도 단 한 권의 책으로 나의 구매리스트에 들어버렸다.
4편의 연작소설이 1편의 장편소설을 이루는 특이한 구성 자체가 신선하다.
각각의 연작소설이 모두 다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고 이야기의 힘 자체가 대단하다.
처음 소설을 읽기 책을 놓을 때 까지 끝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대단한 몰입도와 재미를 갗주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폐쇄미로'에 갇힌 느낌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내가 폐쇄미로에 갇혀서 해메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단한 소설이다.

기존의 소설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4편의 연작이 1편의 장편을 이루는 구성이다.
첫번째 이야기인 [6번째 꿈]의 등장인물들이 두번째 이야기인 [복수의 법칙]의 주인공이 된다.
세번째 이야기인 [π]에는 주인공이 번역하는 소설이 첫번째 이야기인 [6번째 꿈]이 되고
마지막 이야기인 [일곱개의 고양이 눈]에 나오는 '폭우'의 주인공은 첫번째 이야기의 등장인물이다.
결국 각각의 이야기들은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표절(?)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렇게 교묘한 자기표절이 가능하도록 하는 치밀한 구성은 읽는 내내 호기심을 유지시켜준다.
독특하고 신선하며 호기심까지 자극하는 이런 시도 자체가 이 작가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젊은 작가다운 신선함은 각 연작의 첫 페이지에 있는 QR Code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각각의 QR Code를 읽으면 각 연작의 분위기에 맞는 이미지와 음악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들을 수 있다.
책으로만 접하는 것과는 다른, 작가의 의도에 보다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방법이다.

4개의 연작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면서도 '꿈'과 '죽음'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지닌다.
소설 속에는 사회면 뉴스나 범죄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죽음들이 펼쳐진다.
대부분의 경우처럼 이 소설에 나오는 죽음들도 그냥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소설은 그 죽음들에 각각의 사연들을 하나씩 붙여준다. 죽음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아무런 도덕적 판단도 없고 아무런 가치관도 개입되지 않는 죽음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새 우리도 모르게 죽음을 컨텐츠로 소비하는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각의 죽음의 피해자가 다른 이야기의 가해자가 되고 죽음의 소비자가 생산자가 된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죽음을 이야기 할 때와 피해자가 되어 죽음을 당하는 경우의 공포가 어우러진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들이 '꿈'이나 '환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소설에 반영된다.
'계속 이야기 해. 잠들지 않도록.' 이라는 문장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우리의 이성에 의해 언제나 억압되어 있는 인간 내면의 잠재적 폭력성이 깨어나는 순간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성의 장벽이 얼마나 얇은 것인지 알 수 있다.
연쇄살인범과 우리의 차이는 실제로는 그리 많지 않음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첫번째 이야기를 읽고 추리소설일 줄 알았다. 그러나 이건 미스테리 소설이다.
결국 범인도 없고 이유도 없는 한편의 '환상특급'같은 이야기들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이렇게 멋지게 버무리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놀라울 뿐이다.
각각의 연작들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상상력은 이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런 젊은 작가의 등장은 나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축복과도 같은 사건이다.
'최제훈'이라는 젊은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이 책은 나에게 축복이다.

다소 몽환적이면서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찬 이야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독특한 구성과 참신한 시도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 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한 번 시작하면 마지막까지 빠져드는 강한 흡입력을 가진 이야기의 미로에 빠져 보기를 권한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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