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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톰 라비 지음, 김영선 옮김, 현태준 그림 / 돌베개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죽기전에 3000권 읽기'라는 가열찬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
본격적으로 목표를 정한 후 3년이 지나도록 아직 400권도 읽지 못했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3000권을 읽을 수 있을까? 정녕 나에겐 꿈일 뿐인가?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독서가 어느새 나 자신을 옥죄는 족쇄가 되어가고 있다.
즐거움이 아닌 의무감이 되어버린 독서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겠는가?
조금씩 책 읽기에 힘겨움을 느끼고 있는 시점에 만난 이 책은 정말 좋았다.
'넌 아직 멀었다' '겨우 그거 가지고 뭐라고 죽을 소리를 하는거냐?'
이 책은 나의 되지도 않은 지겨움에 가벼이 썩소를 날리며
진정 책의 역사를 주도해 온 선조 또는 동시대의 책중독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난 아직 책을 읽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들의 열정에 비하면 내가 독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열정이란 초라할 뿐이다.
그래서 비록 그들만큼 지독한 중독은 아닐지라도 좀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통렬한 자기비판과 독서에 대한 의지를 다시 불태우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스스로가 책중독으로 인해 연인과 헤어지기까지 했다고 고백한다.
자기도 모르게 시작된 중독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수많은 손실을 보았다.
어느날 스스로의 중독을 인지하게 된 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조금만 읽어보면 저자는 책중독에서 벗어날 의지가 전혀 없다.
오히려 역사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선배 책중독자들에 비해 보잘 것 없음을 핑계로
자신의 책중독이 절대로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며 자기합리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책중독자들이 나타내는 일반적인 증상들과 책중독자들의 종류별 특징들,
아내 몰래 구입한 책 집으로 가져오기, 사무실에서 상사 몰래 책읽기, 식당에서 책읽기 등
책중독자로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론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지독한 책중독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보다
'어? 저렇게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보다 더 책중독에 빠져들게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나 역시도 내가 지금하는 독서는 세발의 피라는 생각이 들고 책에 더 빠져들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문장 하나 하나에 담겨있는 유머와 위트이다.
도저히 정상적인 사람의 생각이라고는 인정할 수 없는 기가막힌 표현들이 넘쳐나고
약간은 비꼬는 듯한 말투와 적절한 자기비하 개그가 조화를 이룬 문장들이 둥둥 떠 다닌다.
처음엔 그 어투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내용의 책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유머와 위트로 짐작해 보건데
작가는 정말로 인생을 유쾌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행복한 책바보임이 틀림없다.
역사 속에 수많은 책중독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 시대에는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했는지 지금의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일들이 많고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유명한 명사들 중에서 책중독자가 많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찌보면 책중독이라는 무서운 질병은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걸려있는 병증이라는 생각이다.
나 역시도 즐거이 그 중독의 즐거움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정체되고 의무적이 되어버렸던 나의 독서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속 수많은 책중독자들처럼 그렇게 지독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들의 열정을 본받고 싶고
그러면서도 책의 숫자 보다는 그 속에 담긴 내용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독서를 하고 싶다.
내 스스로의 독서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책을 사랑하는 모든 애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