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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리스트
리처드 폴 에반스 지음, 허지은 옮김 / 문학세계사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크리스마스에 읽으려고 구입한 책인데
그동안 이리저리 밀린 책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찰스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너무도 유명해서 많은 작품의 모티브가 된다.
이 소설은 제목부터 크리스마스 캐롤을 따라가고 있으며 내용도 거의 흡사하다.
배경이 현대로 옮겨오고 몇가지 설정이 바뀌고 에피소드도 많이 붙었지만
그 본질에 있는 교훈이나 이야기의 전개는 거의 흡사하다.
스크루지와 닮은 주인공 '지미키어'는 온갖 비열한 방법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어느날 동명이인을 착각한 기자의 실수로 자신의 부고기사가 나고
그 부고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반성한다.
자신이 가장 큰 상처를 주었던 5명의 '리스트'를 작성해 참회의 여정을 떠난다.
인터넷의 발전을 반영하듯 3개의 령 대신에 인터넷 댓글이 주인공을 변화시킨다.
처음에는 남을 배려하고 아낄 줄 알았던 주인공이 변해가는 과정은 씁슬하다.
자신이 당한 배신으로 인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변해가는 모습은
정당하고 떳떳하고 착한(?) 방식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다.
그러면서도 결국 어떤 성공보다 소중한 가치는 가족과 사랑에 있다는 교훈을 준다.
찰스디킨스가 스크루지를 통해서 전한 교훈과 정확히 일치한다.
무대와 배우만 바뀌었을 뿐 내용에는 변화가 없는 복제판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본다는 느낌을 읽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이미 알고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이렇다할 반전도 없는 이야기.
소설이라기 보다는 교훈으로 가득찬 동화책 같다는 느낌이다.
옮긴이는 억지로 교훈을 주려하지 않았다지만 나는 억지로 감동을 주려했다는 느낌이다.
어차피 널리 알려진 이야기에 대한 변주라면 좀 더 많은 변화를 줘도 좋았을텐데...
이야기가 진부하고 교훈이 지루하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주인공이 참회하고 사과하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었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악랄한 잘못을 저지를 주인공을 안쓰러워하거나 이미 용서한 경우도 있다.
이미 늦어버린 것이라고 실망할 순간 주인공이 깨달은 교훈은 매우 크다.
지나간 잘못을 되돌리는 것은 어렵지만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언제나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준 단 한 사람의 사랑이 그에게 큰 힘이 된다.
사랑과 가족, 화해와 나눔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이야기이기에 따뜻하다.
누구나 가슴속에 안고사는 사람이 있다.
나 역시도 살아오면서 내 잘못으로 상처를 준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 모두에게 미안함을 안고 살지만 언제나 적당한 핑계로 정당화 할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그 사람들에게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한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