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춤]을 읽은 지 별로 오래되지 않아서 또 다른 대작가 박범신의 신작 [비지니스]를 읽었다. 자타공인 우리 문학계의 대가들이 이렇게 사회성 강한 소설들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허수아비춤]이 자본주의의 최상위층에서 군림하는 이들의 비열함을 그리고 있다면 이 소설은 그들의 군림 아래에서 조금 더 나아가기를 원하는 하위층의 처절함을 그린다. 지금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말한다. 제목 그대로 '비지니스'라는 변명으로 정당화 되고 있는 모든 악행과 비윤리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수많은 소중한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베어있다. 신도시 개발로 이제는 가난한 사람들의 버려진 도시가 된 구도시에서 아이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매춘을 하는 젊은 엄마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꿈이 짓밟혀버리고 아내도 잃어버린 채 신도시의 부유층의 비리들을 훔쳐내는 도둑이 되어버린 전직 형사. 구도시로 떨어진 누구에게나 한가지씩을 있을 상처를 가진 그들의 만남. 그들의 사연에는 '비지니스'로 포장된 자본주의의 무자비한 논리가 숨어있다. '굶는 아이를 먹이기 위한 매춘은 해도 학원비를 위해 매춘을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뿐이다.' 라고 작가는 주장하며 우리시대의 잘못된 교육열이 가져오는 비인간성을 꼬집는다. 그러면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회에 대해서도 비꼰다. 우리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전설이 된 것을 이미 오래전이지 않은가?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자비한 개발이 가져오는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바다의 신음소리는 남자의 부인만 듣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자연은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그 속에 살고있는 인간에 대한 배려는 전혀 하지 않는다. 남자가 자신의 꿈을 일순간에 잃어버리는 과정도 그런 배려의 부족이 가져온 결과이다. 그 어떤 변명도 매춘과 도둑질을 정당화 할 수는 없지만 그 뒤에 숨은 사회라는 비수는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무서운 진실일 것이다. 자본주의의 폭력앞에 우리가 잃어가는 많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한순간 그녀가 목숨을 걸고 사랑했던 남편은 이제는 아무런 희망도 주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팔아서라도 위하고 싶었던 아들도 어느 순간 아무 의미도 되지 못한다. 오히려 우연(?)히 만난 비슷한 상처를 지닌 남자가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보여주고 그 남자의 자폐아 아들이 잃어버린 모성을 회복하게 만들어 주는 계게가 된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대한 비판, 가족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거창하다. 작가는 단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잃어가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가족'이라는 관계, 어느새 족쇄가 되어버린 소중한 것들에 대한 회복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자본이라는 폭력 앞에서 우리가 결코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비지니스'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마수를 뻗어오는 자본의 폭력에 대항해서 끝까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족'이라는 가치의 회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가족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그녀의 여정을 통해서 지금의 무너진 세계에서 벗어나 이전의 따뜻한 세계로의 복귀를 주장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고 쉽게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그 속의 이야기는 가볍지 않다. 수많은 변명으로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것에 대한 가치를 되새김할 수 있는 좋은 소설이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