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흔히들 청춘을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유아기의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초등학교를 다니며 규칙을 배우고
중학교에 들어가 머리가 굵어지면서 자신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게 되고
그런 생각의 끝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고
앞으로 자신이 무엇이 될 것이라는 목적도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흔들리는 자아관과 아직 형성되지 않은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시기.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겪는 그 시기의 방황은 그래서 당연한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불리는 저자는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시대가 달라져도 어쩔 수 없이 방황하게 되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말을 건다.
'지금은 꼰대처럼 보이는 너희들의 부모들도 한 때는 너처럼 방황을 했다'고 말한다.

전후의 혼란이 정리되지도 않았고 4.19과 5.16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혼란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청춘인 준과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준, 상진, 인호, 정수, 미아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청춘들은 모두 방황의 시기를 가고 있다.
학교를 그만 둔 준과 인호가 있고 그림 속에서 탈출구를 찾는 정수도 있고
오로지 모범생의 길만 가는 영길도 있고 어설픈 첫사랑에 실패하는 상진도 있다.
소설의 화자는 준이지만 각각의 장에서 화자가 바뀌면서 각자의 청춘을 이야기한다.
방황의 이유도 다르고 방황의 과정도 다르고 방황의 끝도 다르지만 그렇게 모두 방황한다.
그래서 청춘의 방황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나쁜 것은 더욱 더 아니라고 위로한다.
오히려 어지러운 방황도 청춘의 특권이라며 마음껏 방황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삶이 가진 가치는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라고 한다.
언제나 저녁무렵 나타나는 '개밥바라기별'처럼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은 잊지 말라고 한다.
작가 자신의 삶이 한권의 소설로 정리될 수 없을만큼 판란만장했기에 그의 충고는 말발이 선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나이에 청춘소설 혹은 성장소설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설속에서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지만 '영길'의 모습이 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방황도 청춘의 특권이지만 정해진 제도의 틀에서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청춘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혼자 살 수은 없는 세상에 정해진 틀을 깨려고만 하지 말고 적응하려 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의 삶이 대체로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인지 몰라고 등장인물들의 방황에 공감하지 못헀다.
순전히 개인적인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나이듦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겠지만....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인생의 대선배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시선이 담긴 성장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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