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히데오는 일본 작가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이다. [공중그네]는 몇년동안 서울대 도서관 대출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의 작품 속 등장인물인 '닥터 이라부'를 소재로 한 연극도 나올 정도이다. 나 또한 책꽂이의 두칸을 채울 정도로 그의 팬임을 자처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책은 정말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정말 아쉬울 것 같다. 오쿠다의 작품 중에서 수작에 속하니까. 오쿠다의 특성 그대로 시종일관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이다. 가끔은 폭소가 쏟아질 정도로 웃기기도 하고 낄낄거리는 웃음이 새어나기도 한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6가족의 이야기에서 이런 유머를 끌어낼 수 있는 작가다. 닥터 이라부 시리즈처럼 많은 웃음은 아니지만 술술 읽히게 만드는 유머로 가득차다.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출퇴근 시간에 가볍게 읽기에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어렵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고 심각하지도 않은 가벼운 소설이다. 6가족이 모두 30대 후반의 나이대로 설정된 부분이 더욱 더 공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올해 40대에 접어든 나이이기 때문에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심정이 100% 공감이 된다. 30대 후반의 나이는 아이들은 많이 커서 부모들과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고 여자들은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 서서히 싫증이 나기 시작하는 시기이며 남자들에게는 치열한 사회생활에서 성공이든 실패든 어느정도 결과가 나오는 시기이다. 그 시기의 주인공들이 겪는 이야기들은 고스란히 나의 경험과 매치된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인터넷 중독, 별거, 실직, 무모한 창업, 정신적인 외도 등 언뜻보면 심각한 이야기들이지만 오쿠다 특유의 유머가 적절히 구사되면 전혀 심각하지 않은 제목 그대로의 '해피엔딩'을 이룬다. 세월이 덧칠되면서 무뎌지게 된 부부간의 사랑, 가족간의 애정들을 이런 극적인 사건들로 끄집어내서 우리가 살아가면 익숙함을 핑계로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이야기 한다.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정작 자신 곁에 있는 소소한 행복들에 대해서는 모르고 지나가고 있다. 일탈을 꿈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언제나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시절인지 다시 일깨워주는 소설이다. 출퇴근 시간에만 읽었는데도 이틀만에 다 읽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가벼운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행복을 잧을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하는 소설이다. 머리가 무겁고 사는게 지겨워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꼭 한번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