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심리학으로 버무린 증오와 공포의 핏빛 세상

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이우혁의 신작은 아무런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녹색과 흰색의 텍스트만 존재했던 PC 통신의 시절에서 부터
비인간적인 인터넷에 인간의 욕망과 인간의 본질을 그려냈던 [퇴마록]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였고
[왜란종결자], [치우천황기] 등의 소설 등도 나에게 언제나 기쁨을 주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했듯이 미국을 배경으로 했지만 그 외의 특정한 배경이 없다.
어느 소도시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끔찍한 연쇄살인.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리온'은 스스로 참혹하게 자살(?)한 채로 발견되고
'뱀파이어'라고 불리우는 살인마는 여성들만 노려 그 피만을 마시는 방식의 살인을 한다.
나름대로 평화롭게 지역을 관리했다고 생각했던 베테랑 형사 가르시아 반장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참혹한 살인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에서
천재 프로파일러 에이들을 만나서 참혹한 살인사건들을 파헤치게 된다.
스스로를 '헤라클레스'라고 말하며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괴물과
헤라클레스가 죽이려고 하는 목표인 '하이드라'라는 괴물들과 맞선 그들의 운명은?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까지 끊이지 않는 핏빛 세상.
너무나 참혹하여 차마 읽어내려가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사건들의 연속이지만 책을 놓을 수 없다.
인간의 이성으로 상상하기 힘든 잔혹함이 끝없이 이어지고 상상하지 못한 힘들을 보여준다.
흔히들 미신이라 말하고 실제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능력. 인간을 조정하는 능력.
분명히 눈으로 본 것을 보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
실로 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에게 하찮은 도구로 이용되는 인간들. 무력한 인간들.
신이라 하기엔 힘들지만 신만이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능력을 가진 괴물들에 맞서는 이야기.
인간을 도구로 생각하기에 잔혹함이라는 감각마저 없는 괴물들을 잡으려는 무모한 이야기.
그렇기에 피에 절어있지만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 그래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이야기.

이제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해리성 장애' 흔히 다중인격이라 부르는 현상이 소재가 된다.
다중인격에 구스타프 융이 제시했지만 모두에게 무시되었던 능력에 대한 상상력을 더하고
거기에 그리스 신화속의 인물들과 괴물들을 배치함으로써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원래 이우혁이라는 작가의 상상력과 방대한 지식을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이 소설에서 그 상상력과 지식과 인간에 대한 철학이 최고점에 달한 느낌이다.
게다가 퇴마록에서 보여줬던 무서운 스토리텔링 능력은 - 사람을 빠져 나오기 힘들게 만드는 -
300여 페이지가 넘는 3권의 쉽지 않은 분량을 단 1주일 만에 읽을 정도로 푹 빠지게 만든다.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 내게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속도이다. 그만큼 강하게 몰입된다.

작가가 말하는 철학적 이야기는 사실 잘 이해할 수 없다.
작가가 말하는 소설적 재미는 분명히 최고이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빛핏 이야기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라는 생각이다.
소설을 읽기 전에 피비린내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는 소설이지만 재미있다.
오래간만에 만난 이우혁은 여전히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또다시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재미를 기대하는 사람도, 인간의 이야기를 듣고싶은 사람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소설이다.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