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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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양 집단 자살사건'은 87년 당시 전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었다.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가던 시기에 터진 집단자살사건은 그 자체가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회적인 관심에 비해 사건의 실체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사교집단의 교주에 의해 신도들이 이용되고 살해당한 것으로 대강의 결론만 냈을 뿐.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사건의 진실은 여전히 미궁에 빠진 영구미제 사건이다.
과감히 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소설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소설은 '오대양'과 비슷한 '신신양회'라는 시멘트 회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지만 유일한 목격자가 될 수 없었던(시각장애인) '나'의 이야기이다.
사건의 진실과는 상관없이 사교집단의 아이들로 낙인이 찍혀버린 남겨진 아이들이
세상의 시선에서 빗겨나 자신들만의 평화로운 삶을 가지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A'는 그들이 자신들의 세상에 끌여들이고자 보내는 구애의 편지이다.
결국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세상도 그들에게 족쇄를 채운 '신신양회'의 모습과 닮아가지만...

세상엔 수많은 편견과 낙인들이 존재한다.
그 편견과 낙인들 중에는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쓰여지게 되는 부당한 것들도 많다.
그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부모가 범죄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편견과 낙인을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소설은 오대양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지만 그 사건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모티브만 가져왔을 뿐 사건의 진실을 파헤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작가 나름의 추측은 있지만.
그 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의 피해자이면서도 세상의 편견과 낙인들에 상처받아야 했던
남겨진 아이들의 입장에서 견뎌내야 했던 세상과 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를 그리고 있다.

그들이 그리는 세상은 21세기 신모계사회를 닮아 있다.
창세기의 첫장에서 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이어지는 부계사회의 연보를 비판하는 대목에서
소설이 생각하고 그리는 세상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있다.
창세기의 연보를 비웃듯이 철저히 아버지가 배제되어 있는 그들만의 세상.
그들이 어머니가 살아갔던 세상과 닮은 그들의 세상은 '아마조네스'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주인공이 말하듯이 남녀가 사랑을 하는 것은 서로의 완전함을 찾아가는 여정이기에
그들이 꿈꾸었던 신모계사회도 곳곳에 암초에 걸리고 삐거덕 거린다.

권력자들의 원초적 욕망과 그 욕망을 이용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70,80년대 지나간 과거의 부끄러운 세상의 단면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그냥 넘기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작가는 그런 삐뚤어진 인간의 욕망이 사건의 진실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추론을 해 낸다.
그리고 그 추론을 바탕으로 사건에 하나의 미스테리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소설에 대한 나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화자와 시점이 수시로 바뀌고 과거가 현재가 어지럽게 어울리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기 힘들다.
남자가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 순간 여자의 시점으로 바뀌고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와 물린다.
두서없이 사건의 실마리가 보여지다가도 어느 순간 희미하게 처리되면 사건의 진실을 흐린다.
결국 'A'라는 것이 의미하는 것도, '아가'라는 인물의 실체도, 베일에 가린 아빠들의 존재도
그 무엇 하나 깨끗이 드러내지 않은 채 허겁지겁 소설이 막을 내린다.
기태영과 서정인의 뜬금없는 러브스토리는 왜 필요한지 모르겠고
마지막에 다시 눈을 뜨게 되는 이유 또한 명확하지 않다.
독자들을 이리저리 쥐고 흔들다가 갑자기 놓아버리는 느낌이다. 나머지는 알아서들 생각하세요.
참으로 불친절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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