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선덕여왕'의 히트로 김별아의 소설 [미실]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몇 년전에 발간된 소설이 새삼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보면서 방송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느꼈지만 개인적으로 [미실]이란 소설은 좋은 기억이 없었다. 소설 자체의 재미는 있었지만 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던 문장들에 대한 기억이 그녀의 소설을 다시 읽는데 많은 방해가 되었는데 이 소설은 우연히 읽게 되었다. 소설은 구한말에서 일제시대와 광복 직전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작가의 말에 나오는 것 처럼 그 시대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비극이 될 수 밖에 없는 시대. 작가는 그 비극의 시대에서 가장 희극적인 삶을 산 주인공을 통해 특정한 위인들의 삶이 아닌 다음에야 일반인들의 삶은 시대를 견디는 것이 불과함을, 세상이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자신의 처지가 어디에 처해져있든지 간에 견뎌내는 것임을, 그렇게 견디는 사람들의 삶이 모여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구한말 백정이었지만 피를 무서워했던 할아버지 '쇠날이'와 할머니 올매의 이야기, 자신의 아버지가 결코 '쇠날이'가 아니었다는 믿으며 무작정 상경하여 일제시대라는 시대의 흐름을 타며 친일파로 성공한 아버지 '훕시'와 신여성 어머니의 이야기, 그런 가족의 피를 혐오하며 자신의 삶을 견뎌내다 운명적 사랑을 만나게 되는 '나'의 이야기. 식민지 시대에 식민지의 백성으로 태어나 자신은 선택하지 않은 친일파 아버지를 두게 된 주인공.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벌어다 주는 돈을 펑펑쓰며 인생을 낭비하던 주인공이 운명의 여인을 만나면서 극적인 선택을 하며 전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이야기이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끌려간 전장에서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영웅적인(?) 희생을 강요 받아야 했던 조선인 출신의 '가미가제 특공대'의 삶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그들의 삶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그들의 희생에 대한 우리의 보답은 무엇인가? 그들이 꽃다운 젊음을 바쳐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때마침 오늘이 광복절이라서 이 소설이 던지는 의문의 무게가 더 무거웠다. 그러나 그 모든 무거움이 주인공의 낙천적인 삶에 의해 가벼워진다. 주인공의 유머감각과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그래서 너무나 즐겁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던 정말 기가막히게 재미있는 소설이다. [미실]로 인해 소위 '어려운 작가'로 인식되었던 김별아에 대한 나의 인식이 극적인 반전을 맡았다. 이제 나에게 김별아라는 작가는 재미있고 멋진 이야기를 기가막히게 하는 '즐거운 작가'이다. 어떻게 다루어도 비극이 될 수 밖에 없던 시대의 사랑이야기가 이렇게 유쾌할 수 있다니... 그런 유쾌함속에 일본의 제국주의가 가진 허상과 참혹한 전쟁을 그리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의 무모함이 얼마나 많은 젊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있는 전쟁의 참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이었는지를 주인공의 황당한(?) 전쟁을 통해서 유쾌하게(?) 그려낸다. 주인공은 정말 유쾌하다. 이처럼 유괘한 주인공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국권을 상실한 지 꼭 100년이 되는 올 해. 의미와 재미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이 소설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