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도
김정현 지음 / 역사와사람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작가의 전작들을 보면 이 소설의 느낌을 예상하는게 어렵지 않다.
[아버지], [고향사진관] 등의 작품을 통해 눈물나게 따뜻한 이야기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겼던 따뜻한 작가.
이 소설도 그런 따뜻한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이번에 우정을 다루고 있다.
겉으로 친구는 많아졌지만 진정한 우정을 사라진 이 시대에
내가 어렸을 때 배웠던, 함께 나누었던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일깨운다.
전작처럼 눈물을 흘리게 하지는 않지만 흐믓한 미소는 남기게 하는 이야기.
따뜻하고 평안하고 예쁜 이야기. 그래서 행복한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부자집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라고 욕심없는 삶을 가는 인하.
인하의 집 운전사의 아들로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일구어낸 수혁.
말보다 주먹이 앞서지만 누구보다 친구들을 믿고 지키는 우직한 성품의 대식.
어느날 일방적으로 받은 이혼통고에 상처를 안고 귀국한 인하.
인하의 귀국으로 다시 만난 세 남자의 우정이 소설의 중심이 된다.
상처를 안은 인하와 성공할수록 가슴속에 허전함이 쌓여서 방황하는 수혁.
인하의 상처를 감싸안고 자존심 강한 수혁의 허전함을 달래주는 대식.
수혁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인희와 수혁의 위로가 되는 여인 서주.
수혁의 부모님의 업보와 자신의 실수로 수혁의 회사에서 쫓겨난 선호.
수혁에게 앙심을 품은 선호로 인해 사건이 발생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때로는 서로에게 충고를 하고
때로는 서로를 옆에서 지켜봐주는 세남자의 우정이 가슴에 와 닿는다.
친구마저 인터넷을 통해서 쉽게 만나고 그만큼 쉽게 헤어지는 세태에서
말로만 하고, 키보드로만 나누는 인스턴스 우정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을 다해, 자신의 체온을 기꺼이 나누어주는 진실한 우정의 모습.
우리가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는 우정, 누구나 가슴속에 꿈꾸는 참된 우정.
그래서 진정 '친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우정의 모습에 대한 모범답안이다.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 질 수록 우리는 더 많은 외로움을 느낀다.
물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런 외로움을 풀 수는 있지만
가족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
그런 가슴속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바로 '친구'이고 '우정'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세상이 각박해지고 서로간의 관게의 이해타산이 끼면서
가슴속 빈자리를 채워줄 그런 우정은 점점 더 사라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도 이런 친구 한 명 없다는 생각에 더욱 더 외로워지기도 했다.
우정이란 인스턴스 커피처럼 금방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나의 외로움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소설속 주인공들이 나누는 우정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다만, 아무리 소설속 인물이지만 모두들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아마도 작가도 그런 사실은 모르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더 착하게 그렸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기에 동화속 주인공같은 그들의 모습이 더욱 두드려지는 것 같다.
현실이 그렇지 않은 것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문제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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