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한차현 장편소설
한차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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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는 순간 내 취향이 아니라는 선인겹이 들었다.
그래서 한 동안 눈길도 주지 않았던 소설이었다.
어느날 서점에 들렀다가 책 뒷편에 있는 개그맨 남희석의 추천사를 보았다.
그제서야 이 책에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 이 책 한마디로 재미있다.

모태 신앙으로 비롯하여 독실한 신앙의 길을 걸어 온 가장 종교적인 인간 '차연' 목사.
어느날 이상한 꿈에서 깨어난 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A를 만나게 된다.
외계의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말하는 A는 눈앞에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차 목사에게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말하며 선택을 하라고 한다.
영화 'Man In Black'에서처럼 그에게 주어진 하나의 알약.
차 목사는 이 또한 주님이 인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부인과 함께 모험에 나선다.
첫번째 여행지인 '허무한다르아한다르' 행성에서 뜻밖의 정보를 보게된 아내 소원은
행성에 그대로 남게되고 차 목사는 금방 돌아오겠다며 지구로 돌아온다.
그러나 시공간을 왕복하는 여행의 사이에 틈이 생기면서 시간이 틀어지고
지구시간 3시간, 그곳시간으로는 5년이 흐른 뒤에 찾아간 그 행성에서 아내는 이미 없었다.
지구와 자른 행성, 다른 시간대에서 아내를 찾아나선 차 목사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고
그 끝은 전혀 알 수 없는 결말로 치닫게 된다.

영화 [Man In Black]의 설정을 가져왔고 [터미네이터]의 설정도 가져온 이야기는
SF, 신앙, 사이비종교, 정신병원 등의 잡다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섞여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우물안 개구리였던 종교적 인간의 커다란 성찰을 그리고 있기도 하고
과대망상 정신병자의 사이비종교 창시과정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섞여있어 어디선가 본 듯하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최근 영화 [인셉션]을 보고난 후라서 더욱 헷갈리고 어지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정말 재미있다.
개그맨 '남희석'이 추천사에서 말했듯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를 만나고 싶었다.
도대체 이 사람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렇게 황당무계,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흔하지는 않다.
이 소설의 최고의 미덕은 역시 재미이다.

전체적인 주제에서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엿보인다.
물론 기독교 자체보다는 인간이 '종교'를 통해 보여주는 온갖 더러움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기독교가 되었던 것은 기독교 자체의 배타성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욕 먹을 이야기이지만 나 역시 기독교에 비판적이다.
기독교라는 것은 영원한 진리라기 보다는 오랜 세월에 거쳐 손질된 사상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무턱대고 믿으라는 강요와 다른 신앙을 거부하는 배타성은 보기 싫은 부분이다.
나 자신은 아무런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은 지극히 비종교적인 인물인기 때문에
소설속에 나오는 지극히 종교적인 인물인 차 목사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차 목사가 느끼고 생각하는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인간이 만들어 낸 종교가 종교의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 보여주는 추악함에 대한 경고.
'인간의 상어였다면 신도 상어의 모습을 닮았을 것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넒은 우주에 인간이 홀로 지적인 존재라는 생각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우주 어딘가에는 분명히 우리만큼, 또는 우리보다 발달한 문명을 가진 지적존재가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전 우주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신앙인가?에 대한 물음이 생긴다.
이 소설을 어쩌면 이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대부분은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허구이다.
그런 허구에 대해 황당무계, 허무맹랑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그의 상상의 세계에 기꺼이 나의 상상을 보태겠다는 자세로 이 멋진 여행에 동참해 보자.

여러 영화에 나왔던 설정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이 아쉽고
이야기 자체가 대중적이라기 보다는 매니아적일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아쉽다.
작가가 말했듯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단 한 사람의 팬이 있다면 계속 소설을 써 주었으면 한다.
내가 기꺼이 그의 그 한 사람의 팬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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