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작가는 미국 태생인데 영국에서 주로 활동했고
프랑스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작가라고 역자 후기에 나와있다.
나는 그의 작품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고 이 책도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어느날 시간이 남아 들른 서점에서 무심코 집었다가 푹 빠져든 책이다.
서점에서 서서 읽은 30분 동안에 나를 사로잡은 매력은 무엇인가?

벤은 뉴욕에서 고정된 고객을 가진 성공한 변호사이다.
사회적 성공과 함께 안정된 가정을 꾸리며 타인의 시선으로 보면
최고의 성공을 가진 그이지만 그에게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있다.
사진작가로 성공하고자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세상과 타협해야 했던 미련.
거기에 완벽했던 가정에서도 부부관계가 흔들리면서 그의 생활에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우발적인 살인.... 순간적으로 꾸민 완전범죄와 끝없는 도망자 생활.
그의 일생에 일어난 영화같은 사건들의 연속...

자신의 현재에 완벽하게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의 현재 삶을 위해 포기해야 했던, 가지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있다.
최근에 개봉한 '슈렉 포에버'에서 슈렉이 실증냈던 일상의 반복까지 겹치면
자신이 가진 것들에 대한 소중함은 서서히 잊혀지고 미련은 더욱 커진다.
그런 상황에 몰리면 누구나 한 번 쯤 탈출을, 자유를 동경하게 되지만
자신이 가진 현재의 안정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족쇄로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수많은 소설이 그런 일탈과 자유를 그리고 있기에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 소설은 거기에 살인과 도주라는 스릴러를 접목하면서 기가막힌 이야기를 만든다.

성공한 변호사에서 도망(?)쳐 무명의 사진사로 다시 살아가는 벤의 생활.
그는 이제 '벤'이 아닌 '게리'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가 원하던 자유를 얻는다.
그의 삶은 그의 기대에 부응했을까? 그는 그가 바라던 성공을 이루는가?
삶이란... 가지 않은 길이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소설은 말한다.
그가 싫증내고 도망쳐 나온 삶이 다시 그리워지는 것이 삶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삶에서 도망치면 또 다른 삶에서도 도망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어쩔 수 없다'고...
어쩔 수 없어도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이라고 말한다. 

살인사건과 도주로 이어지는 스릴러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기에
책의 첫장에서 마지막장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프랑스에서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다는데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500 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소설이지만 쉽게 읽혀서 지겹지 않다.
심리묘사나 문장의 꾸밈이 없고 사건 중심의 서술이다 보니 재미있다.
끝까지 사건의 연속이기 때문에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스릴러로서 최고의 소설이다.

벤은 분명 살인자이지만 어느새 벤을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가 가져야 했던 좌절, 배신, 분노가 충분히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그와는 다른 상황이지만 나 자신도 그런 욕망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리'의 죽음은 안타깝고 '벤'의 살인은 분명한 범죄이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벤이 앤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어느새 벤을 응원하는 나를 보면서 내 마음속에 숨겨진 욕망에 놀라기도 한다.
벤의 이야기는 어쩌면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금은 극단적인 모습으로 전개되는...

책의 제목처럼 벤은 사진사 '게리'로 'Big Picture'를 찍지만
그가 그토록 바라던 성공이 그의 완전범죄를 완전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은
이 책이 전하는 최고의 아이러니이며 삶에 대한 작가의 커다란 성찰이다.
그 아이러니가 오래동안 가슴에 남을 것 같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보기에 딱 좋은 멋진 스릴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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