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작가의 [연어]는 15년 전에 출간되어 이미 100쇄를 넘어섰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놀라운 이야기도 아니고 잔잔한 이야기가 어떻게 이렇게 놀라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최근에야 알았다. 너무도 늦게 만난 [연어]였지만 그 이야기가 남긴 여운이 너무 깊었다. 무심코 먹었던 연어회를 먹으며 미안한 감정이 들 정도였다. 지금까지 바다 물고기로 생각했던 연어에게서 ’강’ 냄새가 났다. 그것도 푸르디 푸른 ’초록강’의 냄새가... 그 긴 여운을 이어가고 싶어서 15년만에 나온 뒷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책은 15년의 시간을 지나서 우리 곁에 돌아왔지만 이야기는 ’눈맑은 연어’와 ’은빛연어’가 죽음으로 생명을 만든 직후에서 시작된다. 그들이 낳은 수많은 알들 중에서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알이 주인공인 ’나’ 먼저 떠나간 동기들을 만나러 가다 폭포 아래로 떨어져 위기에 처한 순간 양식장에서 자란 커다란 덩치의 ’너’를 만나게 된다. ’나’를 위해 끝없이 꼬리로 물을 뿌려준 ’너’는 그렇게 ’나’의 ’너’가 된다. 두 마리의 연어는 이제 바다를 향한 ’연어의 길’을 떠나게 된다. [연어]는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가는 연어들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강에서 바다로 나아가는 연어들의 이야기이다. [연어]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라면 이 책은 연어가 주인공인 성장소설이다. 청소년기의 방황을 떠나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연어의 이야기. 가슴 설레는 첫사랑과 설레는 만큼 가슴아픈 이별의 이야기. 연어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이야기이고 사랑의 이야기이다. 아름답고 포근하고 잔잔하고 가슴에 ’스며드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즐기기 위한 것은 약간의 상상력 뿐이다.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배경까지 만나는 일이야.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상처와 슬픔까지 만나는 일이지.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현재만 만나는 일이 아니야. 네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과 네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까지 만나는 일이지. - p. 47 별똥별은 우리에게 그것이 떨어진 곳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 우리가 찾아가고 있는 바다도 마찬가지야. 우리 중에 바다를 잘 아는 연어는 아무도 없어. 바다를 잘 알고 있다면 우리는 바다를 찾지 않았을지도 몰라. 잘 모르기 때문에 가는 거지. 바다는 우리아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니까. 상상할 수 있는 곳이니까 연어들은 그곳으로 가는 거야. - p. 113 시인이기도 한 작가의 문장이기에 문단 문단의 한편의 시와 같다. 쉽게 써 내려간 이야기 같지만 단어 하나 하나에 담긴 작가의 노력이 느껴진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한 순간 쉼표를 나눠줄 수 있는 좋은 소설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연어들을 만나고 싶다면 강력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