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식 씨의 타격 폼
박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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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이라는 작가는 [말이 되냐?]라는 소설을 통해서 처음 접한 작가이다. 작가의 프로필에 자신의 사회인 야구 성적을 적어 놓을 정도로 야구광이라는 작가는 [말이 되냐?]를 통해서 야구와 무협의 절묘한 만남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막힌 야구 판타지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보여주었다. 그 기발함과 신선한 웃음에 매료되어 그의 작품을 찾다가 읽은 소설이 바로 [이원식씨의 타격폼]이다. 

  소설에는 총 9편의 단편이 존재한다.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독특한 이야기이지만 나의 눈길을 잡아 끈 특징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나이의 대소, 신분의 차이 등과는 전혀 무관하게 90% 이상이 반말로 지껄이고 있다. 상황에 맞게 존대말을 써야 한다는 세상의 틀을 깨버리고 있다. 이야기의 전개도 평범하게 지나가지 않는다. 야구장을 통해 외계로 떠나버리겠다는 4차원 야구소녀, 양파를 벽에 던져서 으깨는 야구선수, 한 번 보면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이상한 타격폼과 불쌍한 표정으로 야구계를 평정하는 야구선수의 이야기 등 평범한 문법으로는 이야기 할 수도 없고 이야기 해서는 안되는 이야기들로 가득찬 단편집이다. 이 소설집은 그래서 너무나 격식에 맞추고 정해진 틀을 고집하는 세상의 사람들에게 던지는 도전장 같은 소설이다. 마치 '내가 이딴식으로 소설을 쓸테다. 니들이 뭐라고 하던간에 나는 내 소설을 이렇게 쓸 거다'라고 선언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은 언어를 이용한 유희에 있다. 기본적으로 소설속에서 사용되는 말들은 비속어 같기도 하고 욕 같기도 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라는 짜증이 잠깐 나기도 하지만 읽다보면 그 말들이 무슨 뜻인지를 대충 알게되고 어느새 나도 그 말들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말 인지는 지금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 그저 '아마 대충 요런 뜻이겠거니..'라는 추측만 하게 될 뿐. 그렇데 그 말들이 너무 재미있다.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대사들도 기존의 문법과는 완전히 다르면서도 너무 재미있다. 처음에는 어떤 거부감을 느끼다가 서서히 빠져드는 중독성 강한 유머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이런 유머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만 갖춘다면 이 소설을 그 어느 소설보다 재미있고 유쾌한 소설이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40년 동안 기존의 문법에 익숙한 나에게는 그가 구사하는 화법에 거부감이 생기고 논리적이지 않고 다분히 즉흥적인 이야기의 전개방식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의 소설에 대한 이미지를 지우고 받아들이는 자세로 읽는다면 이 소설은 답답한 일상에 대한 소심한 반항을 하기에 충분하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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