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 세상을 비틀어 보기

악마의 백과사전 - 광수의 뿔난 생각
박광수 글.그림 / 홍익 / 2010년 5월

  박광수라는 작가는 TV 연예프로에서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눈에 익은 익숙한 만화가이다. 그의 대표작인 '광수생각'을 날마다 챙겨서 읽었던 시절도 있었다. 이쁘거나 멋진 그림은 아니지만 다소 유치하기까지 한 단순한 그림들로 완성된 독특한 캐릭터 '신뽀리'를 통해서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했던 만화가 박광수. 나는 그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이 책이 내가 돈을 주고 읽는 그의 첫번째 책이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읽어 내려간 이 책은 단 하루만에 다 읽을만큼 짧은 내용이지만 여운은 길게 남을 것 같은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익숙한 단어들을 작가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사전을 왜 하필 '악마'의 백과사전이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단어의 처음에 나오는 사전적 의미를 따라가는 순한 양이 아니라 세상의 정해진 규칙을 거부하며 빼딱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반항적인 시선을 악마라고 정의한 것일까? 확실히 작가의 시선으로 다시 정의되는 단어들의 의미가 그렇게 선해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 그렇기 때문이 아닐까? 천사들의 세상 보다는 악마들의 세상에 더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그런 세상의 모습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기 때문에 '악마의 백과사전'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붙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단순한 단어의 재해석이 아니다. 중간 중간 단어의 의미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내용도 있다. 단어 해석과 수필을 함께 섞어놓은 듯한 느낌. 거기에 '광수생각'에서 나왔던 카툰들도 중간에 삽입해서 여러 형태의 글(?)이 조화롭게 섞인 새로운 형태의 책을 만들어 놓았다. 사전 + 에세이 + 카툰. 일종의 카툰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섞여 있으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데 오히려 지루할 수 있는 책들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단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 되었다. 그러나 생각할 거리는 풍성하기 때문에 두고 두고 여운이 남을 것 같은 책이다.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었고 세상도 어느 정도 알았으니 나만의 백과사전을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제목이 '루저의 백과사전'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을 보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