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을 쏴라 - 1925년 경성 그들의 슬픈 저격 사건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1
김상현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완용'이 매국노라는 사실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이완용이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 역시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영구가 이완용을 죽이려고 했다'는 보도되지 않은 역사적 사실 하나로 만들어 낸 이 소설은 이완용의 암살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치욕의 시대, 치욕의 역사를 견디고 살아야 했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봉건적 왕조사회에서 근대적 시민사회로의 변화를 겪는 시대 상황을 통해 격변하는 세상에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완용을 쏴라]라는 제목에 끌려 선책한 책이지만 제목 이상의 무언가를 전하는 소설이다.

  우리는 안중근 장군을 기억한다. 그러나 그가 이토히로부미 암살의 첫번째 시도가 실패한 경우를 대비한 두번째 대안이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역사는 결과론적인 기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위대한 독립운동가들 말고도 민족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이름없는 영웅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김근옥이나 조수윤, 김달래와 허건 등의 인물들처럼 역사에 한줄의 기록도 남기지 못했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바쳤던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모습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해마다 3.1절에 잠깐씩 생각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소설이다. 그들에 대해 우리가 빚진 것이 얼마나 많은 가를 깨닫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통치하던 시대는 봉건적 왕조사회가 근대적 시민사회로 변하는 중요한 시점이었다. 일본의 우익들이 한국의 발전에 일제가 기여한 바가 크다고 억지주장을 해대는 이유도 이런 시대적 배경에 기인한다. 즉, 그 시대에서는 일제의 간섭이 없었더라도 한국의 사회는 수많은 발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급격한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모습을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강원도 산골에서 남편의 폭력에 무방비로 당했던 봉건적 여성의 상징인 김달래가 전기가 들어오고 전차가 다니는 경성의 밤거리를 첼로를 든 신여성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 사회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변화를 겪은 그 시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근옥, 조수윤, 김달래 등의 가상인물들과 함께 '방정환', '안익태', '이광수' 등의 실존인물들을 함께 등장시켜 현실감을 높히고 있다. 물론 방정환을 제외한 인물들은 까메오로 등장하는 수준이고 방정환이 지독한 술고래였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나머지 인물들의 성격이 실제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등장이 소설의 현실감을 높혀주는 것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들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그 시대 지식인들의 아픔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실존인물들의 등장은 소설의 재미를 높혀주었다. 

  하나의 사건, 하나의 인물에 대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완용'이라는 인물에 대해 일본인 순사, 조선인 순사, 조선인 일본 고위 간부, 이완용의 손자, 독립운동가 등이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모두 다를수 밖에 없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렇기에 역사상의 한 인물을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의 기록은 기록자의 일방적인 시선으로 평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100명이 부정적으로 말한다 해도 1명의 긍정적인 평가가 그 사람에 대한 보다 정확한 평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완용'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에는 이런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그는 누가 뭐라해도 역사의 죄인이다.

  작가는 '역사적 진실'이 아닌 '소설적 진실'을 찾고자 한다고 했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소설적 진실'이 무엇이었는지 찾아내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나는 이 소설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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