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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바보들에게 - 우리시대의 성자 김수환 추기경, 우리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잠언들 ㅣ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 1
알퐁소(장혜민) 옮김, 김수환 글 / 산호와진주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무신론자 입니다.
종교는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 낸 허상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석가탄신일도 크리스마스도 휴일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더 강합니다.
너무나 독선적인 세계관과 극성스러운 선교활동은 보기 싫으니까요.
종교지도자들의 잠언집들은 나에게는 종교라는 벽 때문에 접하기 힘든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를 떠나서 모두에게 가르침을 주는 큰 스승들은 있습니다.
얼마전 열반하신 '법정스님'이 그러하며 이 책의 주인공인 '김수환 추기경'도 그러합니다.
작년 초 추기경님이 하늘나라에 드셨을 때 명동성당 앞을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내가 보기엔 왜 저럴까? 싶을 정도로 추기경님을 애도하는 사람들의 물결은 대단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추기경님이 생전에 보여주셨던 모습들이 결코 거짓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종교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정의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한국의 민주화에 한 획을 그으셨던 분.
자신을 바보라고 칭하며 평생을 자신을 낮추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모두에게 가르침을 주신 분.
생의 마지막 모습에서 조차 '고맙습니다, 사랑하세요'라는 말씀으로 또 다시 큰 가르침을 주신 분.
그 분의 주옥같은 가르침을 묶은 이 책을 그래서 두고 두고 읽어야 할 인생의 교과서 입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시간이 지나고 내 삶의 지표가 되듯 이 책 또한 내 인생에 두고 두고 되새길 가르침입니다.
추기경님은 이 책을 통해서 '사랑'을 말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사랑을 추구하며 살아가신 모습 그대로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전합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봉사와 희생을 통해 스스로 바보가 되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추기경님 자신이 이미 그런 바보의 삶을 살았고 우리에게도 그런 바보의 삶을 살아보라 권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추기경님의 가르침을 모두 따라할 수 없기에 어쩌면 나는 그런 바보마저 되기가 힘들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보가 될 수는 없지만 바보가 되기위해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고마운 책이기 때문입니다.
종교라는 벽 때문에 이 책을 이제서야 읽는 나 자신의 편협함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종교적인 내용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것들이 가르침의 크기를 작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모두에게 자신있게 권합니다.
이 책을 손에 드는 순간, 참된 인생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무기를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