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역사에서 두번의 반정이 있었으니 중종반정과 인조반정이 그것이다. 중종반정은 희대의 폭군이라는 '연산군'을 몰아낸 반정이라서 어느정도 명분이 있다면 인조반정은 정권에서 밀려난 서인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일으킨 명분이 없는 반정이었고 억지로 가져다 붙인 명분이 '명나라에 대한 의리' 였다. 이미 기울어져 가는 명나라에 대한 썩어빠진 사대를 명분으로 일어나 반정의 결과는 우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삼전도의 굴욕'이었고 소현은 그 피해자였다. 소현은 한 나라의 세자의 자격으로 적국의 볼모로 잡혀가는 치욕을 겪어야 했고 9년을 그리 살았다.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자신의 나라에 환국한 후 불과 한달여 만에 독살설 휘말린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얼마 전 최고의 히트를 기록했던 드라마 '추노'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대로 소현을 따르는 이들은 많았다. 소현세자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서인세력과 그들의 소행에 눈을 감았던 인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 어느정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현의 사후에 강빈과 자식들에게 가해진 가혹한 비극만 보더라도... 이 소성를 읽을 때의 기대는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과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정치적 상황이나 시대적 배경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하나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소설이 그리고 있는 것은 적국에서 외로워야 했던 소현의 마음이다. 아비의 반정의 명분이 명나라에 있음에 명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의 현실도 거부하는 것이었지만 적국의 심장부에서 청나라에 충성을 보이지 않으면 자신의 환국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청나라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면 조선의 왕은 그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 일국의 세자라는 자리가 주는 외로움의 깊이를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온전히 혼자만 견뎌내어야 했던 그 깊은 외로움을 작가 특유의 치밀한 언어로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대부분의 역사소설들 처럼 이성적이지 않고 지극히 감성적인 역사소설이다. 오래전에 읽은 김별아의 '미실'이라는 작품이 생각나게 만드는 소설이다. 두 소설 모두 감성적인 소설이기에. 소현의 이야기 속에 흔과 석경의 안타까운 사랑이 얽히며 더욱 더 감성적이게 만들고 있다. 조선의 왕족으로, 조선의 고위층의 아들로서 적국에 끌려오게 된 두 남녀의 사랑은 안타깝고 눈물난다. 그런 상황에서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거부하지 못한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안타깝다. 결국의 비극으로 끝난 그들의 사랑은 어쩌면 그 시대 조선이 함께 껴안아야 할 또 다른 아픔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인조를 정말로 못난 임금으로 인식하고 있다. 나의 개인적인 평가를 떠나 작가는 아들과 아비의 역사적 평가는 뒤로하고 임금과 세자가 아닌 가족으로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역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이다. 안타깝고 어쩔 수 없었던 한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그래서 눈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