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이다
성석제 지음 / 하늘연못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살아가다 보면 혼자 알고 지내기엔 아쉬운 이야기들이 많다. 자신이 직접 겪은 황당하거나 씁쓸하거나 우스운 일들도 있고 친구나 이웃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들도 있다. 우리가 모두 소설가가 아니고 글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런 이야기들이 소설이나 수필의 형태로 발간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런 부담이 없이 누구나 인터넷상에서 글을 올릴 수 있게 만든 것이 요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싸이월드나 트위터, 블로그 같은 소셜네트워크이다. 소셜네트워크가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이루고 생활의 양식을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욕구가 강하다는 뜻이다. 내가 비록 밥벌이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세상은 인터넷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인터넷에 정이 가지 않는 사람들, 인터넷에 적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석제의 신간인 [인간적이다]는 이런 소셜네트워크를 지면으로 끌어드린 것이라 할 수 있다.

250 페이지 남짓한 두께에 무려 49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어떤 것은 2장이 안되는 이야기도 있고 심지어 책의 뒷면에 전문이 실리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짧은 이야기들의 나열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내가 어디까지 읽었던가를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야기 중간에 읽는 것이 중단되는 위험도 없이. 또한 이야기 하나 하나에 위트와 재치가 넘쳐난다. 성석제라는 작가는 이름도 많이 들었고 TV에서도 얼굴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의 재치넘치고 웃음을 유발하는 말빨에 강한 매력을 느낀다. 그렇다고 마냥 웃기기만 한 이야기도 아니다. 대부분이 웃음을 담고 있지만 그 속에서는 역설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회에 대한, 그리고 예의에 대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한 작가의 깊은 생각이 담겨있다. 짧은 이야기에 잠깐 웃고나서 읽는 시간보다 조금 더 오래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이야기들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도 있고 친구나 지인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도 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소설의 제목처럼 모두 지극히 '인간적이다'. 특별한 사람들이 겪는 특별한 경험이 아닌 내가 당장 오늘 저녁에 겪을 수도 있는 이야기들. 그렇기에 더 공감이 가고 더 몰입하게 되는 이야기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저녁 막걸리 집에 모여앉아 즐겁게 수다를 떨며 나누는 편안한 이야기들이다. 소설이 어떤 생각을 담아야 하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소설은 전혀 소설같지 않는 소설이다.  그러나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고 잠깐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소설은 딱 그런 취향에 들어맞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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