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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스님이 열반에 드셨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오래전 읽었던 [무소유]가 생각났다.
아직도 내 서재에 꽂혀있고 가끔씩 마음을 비우고 싶어지면 손이 가는 책.
불혹의 나이에 아직도 철이 안 든 나와 어려서 철이없는 아들까지 2명의 남자들 때문에
하루도 속이 편할 날이 없는 내 마눌님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두고 읽는 책.
그러나 스님이 열반하시고 난 후 스님의 유지와는 다르게 돌아가는 세상의 모습에
실망하게 되고 그래서 더욱이 스님의 책은 더 이상 소유하려 하지 않았지만
불혹의 나이인 내가 꼭 읽어야 할 책인듯 생일선물로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무소유]의 스님은 아직은 젊은 수행자의 모습을 느끼게 했다면
이 책의 스님은 끊임없는 성찰로 인생의 깊이를 깨달은 부처를 닮아있다.
스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붙들어야 할 가치가 담겨있다.
소유한다는 것은 거꾸로 소유를 당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무소유의 철학,
언제나 '너는 너의 생의 어디에 서 있는가?'라고 물으며 얻는 자기성찰과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온전한 자기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삶의 방식,
세상의 모든 만물에서 진실을 얻어낼 수 있는 진정한 명상의 힘과 침묵의 힘 등.
스님의 말씀처럼 '욕망을 채우려 하지 말고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위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스님의 삶 자체가 무소유의 삶이었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이었기에
스님의 말씀들이 그대로 우리의 삶에 적용될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의 비극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하더라고 어떤 형태로는 우리의 삶에서 실천할 수도 있는 것들이다.
산속에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해도 하루에 10분의 명상은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이고
말하고자 하는 욕망을 단 10초만 참고 자신의 생각을 숙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가능하다.
하루에 한번씩 '너는 네 생의 어디에 서 있는가?'라고 묻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스님의 말씀들은 공허한 이론이나 실천 불가능한 이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지극히 도시적인 사람이다. 태어나서 한번도 도시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연을 즐긴다는 핑계로 훼손할 줄은 알지만 자연을 벗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TV와 휴대폰으로 대변되는 도시적이고 직선적이 삶에 익숙한 나머지 스님의 곡선적인 삶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언제나 마음속에는 곡선적이고 여유로운 삶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스님의 말씀들을 통해서 내가 동경하고 있는 삶의 단편들을 대신해 볼 수 있다.
비록 그런 삶을 살지는 못하지만 스님의 말씀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얻는다.
책을 읽다보면 책의 내용에 따라 읽는 동안 내 얼굴의 표정이 드러나고 감정에 따라 심장이 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얼굴에 평온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내 마음은 고요한 호수같은 느낌이었다.
만원버스 안에서도 흔들리는 손잡이에 매달려서도 마음만을 평온할 수 있었다.
세상에 지쳐 힘든 사람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추천할 만한 책이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라도 그 누구에게나 책장속에 꽂아두고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추천할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귀한 보물을 하나 얻은 기분이다. 스님에게 고개숙여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