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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나 그렇듯 그의 상상력은 예상을 뛰어넘어 내 뒤통수를 칩니다.
[개미]와 [타나토노트]-[천사들의 제국]-[신]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그리고 [파피용], [아버지의 아버지], [뇌] 등의 장편들도 언제나 재미있지만
그의 단편들은 장편에서 느끼지 못했던 재미와 장편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그의 상상력 덩어리들을 야생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이미 [나무]라는 단편집을 통해서 단편 작가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바가 있기에
그의 신작이 단편집이라는 사실이 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은 '설익은 사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잘 읽지 않는데
그의 단편은 [나무]에서 이미 접해 보았기에 그런 선입견을 없앨 수 있었습니다.
[나무]에서 나오는 단편들, 그의 상상력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소재를 찾습니다.
간혹 보다 큰 주제를 가진 단편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소소한 일들에 대한 상상이었죠.
그에 비해 [파라다이스]의 상상력은 그 범위를 전 지구적, 나아가 전 우주적으로 발전 시킵니다.
첫번째 단편부터 환경오염이 심해져 위기에 처한 지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런 상황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전기, 석유가 사라진 사회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한번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비행시간 내내 페달을 밟아야 하는 비행기가 나오는 식이죠.
그 외에도 한 사람의 야욕으로 핵전쟁의 위기에 처해 버린 지구의 이야기,
더 이상 번식이 되지 않아 나비를 매개로 한 식물과 같은 번식을 하게 되는 인류의 이야기,
거대 기업들이 국가의 경제력을 뛰어넘어 각자의 상표를 걸고 우주전쟁을 벌이는 이야기 등.
지구와 환경, 여성성의 위대함과 거대 자본의 폐혜 등의 다소 어려운 주제들을 지닌 단편들이 많습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이고 다소 철학적인 주제들을 가진 단편들도 있지만 이번의 주제는 다소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제가 어렵다고 이야기가 재미가 없거나 따분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따분하고 어려운 주제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그의 천재적 상상력이 있으니까요.
언제나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제목이 왜 이런 제목일까 생각해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왜 '파라다이스'일까요?
아마도 작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우리가 생각하는 파라다이스라는 말을 하고 싶었나 봅니다.
작가의 상상속에서 그려진 지구와 인간의 미래는 아무리 좋게 보아도 지금보다 나아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런 상상속의 미래는 지금 우리의 작은 행동과 실천에 따라 현실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구와 환경에 대한 조금의 배려, 여성의 위대함에 대한 작은 생각,
스스로가 스스로를 죽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핵무기에 대한 지구적인 견제 등,
우리의 작은 행동에 의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파라다이스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어느 책에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우주에서 우리만이 유일한 존재라면, 우리가 모두 사라지면 우주는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무섭다'는 의미의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공감을 가지게 했던 그 문장을 이 소설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가 너무도 귀한 존재이며 우리가 사는 지구가 최고의 파라다이스임을 잊어서는 안되죠.
만약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파라다이스를 무너뜨린다면 전 우주가 어떤 모습일지... 정말 무섭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