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자 곽재우
조민 지음 / 문학지성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임진왜란은 조선시대 전체를 통해서 하나의 분기점이 된 사건입니다.
전쟁 이전과 이후의 조선은 완전히 다른 사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라와 백성이 함께 사라질 위기의 순간이었기에 영웅들도 많았던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이순신 장군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함께 최고의 장군으로 불리웠지만 한번도 주인공이 되지 못한 영웅이 있으니
그가 바로 ’홍의장군’으로 널리 알려진 곽재우 입니다.
어린 시절 위인전기에서 많이 읽었던 기억이 있으나 한번도 영웅으로 대접받지 못한 인물.
이순신 장군의 수군에 의해 왜적의 보급료가 끊기기 전에 이미 육지에서 그들을 막은 인물.
전쟁 초기에 무책임한 관리들에 의해 버림받아 희망을 잃어버린 경상우도를 구해낸 인물.
조선의 어느 장수보다 뛰어난 전략과 용병술로 역사에 남을 전공을 세운 위대한 영웅.
그러나 사극이 홍수를 이루는 지금까지도 단 한번도 그에 대한 사극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단 한번도 주목을 받지 못한 그의 삶에 자신의 시각을 맞춘 작가의 시도가 좋았다는 생각입니다.
작가는 곽재우라는 인물의 무용담에 촛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장군으로서의 곽재우의 모습 보다는 진정한 선비로 살고자 했던 인간 곽재우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홍의장군’이라는 무인의 모습이 아니라
의(義)가 사라지고 온갖 비리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홀로 의로움을 세우려 했던
’참된 선비’의 삶을 살고자 했던 인간 곽재우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조선의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조선의 최악의 군왕으로 ’선조’를 꼽습니다.
조선의 역사에서 ’방계승통’으로 왕위에 오른 유일한 인물인 그는 그것을 컴플렉스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보다 뛰어난 신하는 용납하지 않았고 ’역모’라는 말에 노이로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순신과 원균을 동시에 선무 1등공신으로 책봉하고 자신을 따라 피난한 내시들을 공신으로 만든 인물.
의병장 김덕령을 비롯하여 수많은 신하들을 ’역모’라는 이름으로 서슴없이 죽여버린 인물.
그의 시대에서 조선이 망하지 않은 것은 유난히 그 시대에 뛰어난 인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암군(暗君)’의 시대에서 곽재우의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명장 이순신 장군이 노량에서 전사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선조의 손에 죽었을 것이라는 그 시대에
그는 세상이 그에게 아무리 높은 벼슬로 유혹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의를 위해 살았습니다.
스스로가 의롭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에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은 그의 강직함이 그를 더욱 위대하게 만듭니다.
지금의 시선으로 본다면 답답하기까지 한 그의 모습에서 세상을 사는 또다른 지혜를 배웁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언젠가는 세상도 그를 알아주게 된다는 단순한 진리.
누구나 알고 있으나 눈 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쉽게 실천할 수 없는 삶을 그의 삶에서 배웁니다.
작가의 시도는 좋았다고 하지만 중간 중간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실망스럽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에피소드라고 할 수도 없는 사건을 통해 곽재우가 큰 깨달음을 얻는다는 식의 전개는 실망스럽네요.
거기다 중간 중간에 보이는 어법(?)에 맞지 않는 듯한 부분이 너무도 많아서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재우가 다시 잠을 청하는 데는 한참이 지난 후였다'(P. 57)
=> '재우가 다시 잠을 청하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로 고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버님께서는 다치지 않으신지요?'(P. 141)
=> '아버님께서는 다치지 않으셨는지요?'가 맞습니다.
'농사에 힘을 써니...'(P. 173)
=> '농사에 힘을 쓰니...'가 맞습니다.
'최영경, 조종도가 연루된 것은 최영경이 정철을 소인배로 비난하자
정철이 앙심을 풀어 최영경과 조종도를 무고했다' (P. 174)
=> '...... 최영경과 조종도를 무고했기 때문이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아주 사소한 실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맥이 끊기는 부분입니다.
출판사에서 최소한의 교정은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소하기도 하지만 어이없기도 한 실수입니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고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