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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와 별들의 책 - 제1회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수상작 ㅣ 치우 판타지 시리즈 1
이준일 지음 / 문학수첩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 사람들은 '치우'라는 이름에 '치우천왕'을 연상시킵니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자연스레 그런 연상을 했었습니다.
'한국의 해리포터'를 꿈꾸는 야심찬 한국형 판타지라는 소개를 보았을 때 강한 호기심이 났습니다.
이 소설이 '해리포터'를 능가했는지는 판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 '판타지 문학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들이 그렇듯 이 소설의 주인공도 어른이 아닙니다.
15세 소년 치우. 왜소한 체격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여린 소년.
1년 전 갑자기 발병한 어머니의 병으로 집에서도 행복하지 못한 소년.
어느날 어머니가 벽에 남긴 짧은 문장을 보고 마법의 세계 '가이아랜드'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만난 올리비아, 후디영감과 함께 마법의 세계를 벗어나 인간의 세계까지 지배하려는
사악한 마법사의 음모를 깨뜨리고 어머니의 저주를 풀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소년은 어느새 어른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육체적 성장이 아닌 정신적 성장을...
딱 불혹에 나이데 든 제가 판타지 소설을 읽는다는 것을 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상한 시각으로 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벌어들인 수익이 어마어마 하다는 뉴스를 수없이 하면서도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판타지 소설은 공부에도 도움이 안되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판타지 소설의 척박한 환경은 그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 않는 비참한 상황이죠.
그래서 이 나이에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상상력이 봉인되어 버린'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언제나 '해리포터'가 벌어들인 수익을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우리나라의 판타지는 무시하는 현실.
이런 상황에서 신문사에서 '판타지 문학대상'을 제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초대 수상작이 되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는 소설입니다.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해 왔던 작가의 이력이 드러나는 영화를 닮은 이야기 전개.
게임 시나리오도 손색이 없는 환상적인 마법의 세계에 대한 묘사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마법들.
그리고 한 소년의 모험과 그를 통한 성장을 그리는 성장소설의 모습도 너무 좋았습니다.
'해리포터'의 주인공들이 마법학교에서 마법을 배우고 성장해 가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인 '치우'는 갑자기 떨어진 마법세계에서 모험을 통해 성장해 갑니다.
이 소설이 가장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주인공 '치우'가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계기가
아픈 어머니를 구하고 싶다는 '효성'이라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글'이라는 세계 최고의 문자를 지닌 민족답게 마법의 세계의 언어를 번역하는 목걸이도 기발했죠.
이야기의 구조도 튼튼하고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부분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이 소설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야기 자체의 힘이 있고 소설적 재미가 너무나 뛰어나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또한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나 주제의식은 그리 뛰어나거나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판타지 소설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멋진 세계관과 쉼없이 이어지는 신나는 모험,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한국형 판타지의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이미 속편을 계획하고 집필한 소설이라고 하는데 속편이 너무 기대가 되네요.
물론 등장인물들이 너무 한정되어 있고 인물들과의 관계가 조금 어설픈 면이 있으며
이야기도 매끄럽지 않게 이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아쉬움보다 만족이 더 큰 소설입니다.
외국의 유명한 판타지 소설인 '해리포터'나 '황금나침반', '꿈꾸는 책들의 도시' 등과 비교해 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기대되는 한국형 판타지 소설 시리즈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내 아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판타지 소설 입니다.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