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방송가에는 '의학 드라마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기억의 저편에 있는 '종합병원' 부터 최근에 끝난 '뉴하트'에 이르기 까지 그 속설은 언제나 증명되었다.
인지도 높은 스타가 나온 것도 아니고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 드라마가 아닌데도
이처럼 의학 드라마가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는 이유는 병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에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이 매순간 교차하고 '건강함'이 인간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깨닫게 되는 그 공간에서
의사와 환자, 간호사, 그리고 가족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그 어떤 극본보다 극적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어차피 창작이라는 관점에서 조금의 꾸밈은 허락할 수 밖에 없는 반면에
현직 의사가 써내려 간 이 에세이의 35편의 이야기는 진실 그 자체의 힘으로 엄청난 감동을 준다.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는 내 입장에서 맘놓고 눈물을 흘릴 수도 없고 맘대로 웃을 수도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만큼 이 책의 이야기는 사람을 울렸다 웃겼다 정신없이 휘둘러 대다가 무한한 감동의 바다로 던져버린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행복의 기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어느날 갑자기 느닷없이 닥친 아들의 죽음에 아들의 시체를 안고 영안실로 들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눈물이 흐르고
무조건 훌러덩 옷을 벗어던지는 시골의 정감나는 할머니들의 당돌하고 대담한 모습에는 웃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잊혀져간 6.25 전쟁의 영웅과 일제의 강제징용의 피해자 할아버지의 모습엔 미안함을 느끼고
의사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나병환자에 대한 우리의 차별화된 시각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병원이라는 공간, 시골이라는 더 특수한 공간에서 의사의 삶을 살아가는 작가의 담담한 이야기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절대절명의 순간에서도 보석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우리네 인생의 가치를 보여준다.
힘들고 지치고 어느 순간 느닷없이 죽음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허무하고 힘없는 우리의 생명이지만
힘차게 뛰고있는 심장박동과 함께 그려내는 우리의 인생은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부끄러워하며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바로 보석이다.
그러나 그런 우리의 삶이 진정으로 빛날 수 있는 것은 다른 이들과의 '동행'이 전제되어야 한다.
책을 통해 작가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양심을 버리고 혼자만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행복과 인생의 가치는 양심을 지키며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 때에만 빛을 발한다고 말하고 있다.
진정한 '동행'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35개의 보석같은 이야기 이다.

하루하루 의사로 버티기가 힘들다고 고백하는 '시골의사'.
그 이유가 의사로서의 양심과 법을 지켜야 하는 시민으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의 방황이라면
그것은 아마도 '시골의사'가 너무나 인간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시골의사의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나에게도 전해져서 초겨울 찬바람이 전혀 춥지 않게 느껴진다. 참으로 따뜻한 책이다.

지금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넘쳐나는 감동의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는 꼴이랄까?
너무나 자연스럽게 2권을 들고 있는 내 손을 보면서 당분간 이 감정의 바다에 빠져있고 싶은 욕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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