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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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이 보일 것 같지 않는 답답한 생활의 연속.
뭔가 시도를 하려해도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15년 전, 그가 처한 모든 현실을 벗어던지고 훌쩍 떠나 성공을 위해 달려갔던 에단.
1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성공한 정신과 의사이고 부와 명예를 함께 거머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그의 내면의 삶은 붕괴 직전에 놓여있고
어느날 숙취에서 깨어난 그에게 운명의 하루가 다가온다.
반복되는 운명의 하루 속에서 그는 과연 운명을 거스르고 자신의 잘못을 되돌릴 수 있을까?

몇년 전 아내와 함께 ’If Only...’라는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자신에 대한 불만을 여자친구에게 풀어내며 자신만의 주장만 펴다가 사고로 애인을 잃게 된 남자.
기적처럼 다시 시작된 그 운명의 날의 반복 속에서 그는 애인에게 했던 그 모든 잘못을 되돌리고
끝내 그녀를 살리고 자신은 죽어갔던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았었다.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현실 속에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있다.
영화는 실제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고 그 상황속에서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다.

기욤뮈소의 최신작품인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는 영화 ’IF Only...’와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남자의 잘못으로 벌어진 사건은 끔찍한 비극으로 치닫고 뒤늦게 후회하는 남자에게 기적처럼 다시 반복되는 운명의 날.
이제는 알게 된 자신의 잘못을 되돌리고 운명을 거슬리기 위한 남자의 처절한 투쟁.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드러나는 불처럼 뜨거운 열정과 지독한 운명같은 두 남녀의 사랑.
결국 운명을 이기고 모든 걸 되돌려 놓는 것은 그 사랑이라는 사실.
소설을 읽는 내내 영화를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이 영화의 아류작은 아니다.
상황이 비슷하고 이야기의 전개가 닮아있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다르고 방법이 다르다.
영화보다 더 복잡한 이야기가 영화보다 더 사실적인 인물들과 함께 더 박진감 넘치게 전개된다.
그래서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소설이 이렇게 탄생한다. 기욤뮈소의 이야기는 역시 재미있다.

한동안 기욤뮈소에 빠져서 산 적이 있었다.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연작에 빠졌던 적이.
그 후 [완전한 죽음]까지 읽으면서 한참동안 그의 소설속에 빠져서 살았던 기억속에 그의 소설이 서서히 질리기 시작했다.
언제나 비슷한 설정 - 상처를 지닌 정신과 의사, 특별한 능력을 가진 메신저의 등장, 사랑하는 여인의 등장까지- 과
언제나 비슷한 주제 - 운명은 결코 바꿀 수 없지만 사랑으로는 바꿀 수도 있다는 주제- 에 서서히 지쳐갔다.
그래서 그의 신작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몇년이 지나서야 읽을 정도로 그에게 실망했었다.
그러나 다시 접한 그의 소설은 또다시 그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여전히 비슷한 설정과 주제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산다. 그리고 그 실수를 알아차렸을 때는 언제나 한발짝 늦어있었다.
그럴때면 언제나 후회를 하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기를 바라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과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까?
하나의 잘못을 되돌린다해도 그건 그 하나의 잘못에 대한 수정일 뿐이다.
그 잘못을 이르게 되기까지 자신이 해 왔던 모든 실수를 되돌리기란 불가능하다.
어쩌면 인간은 그런 실수들로 첨절된 삶을 살도록 운명지어지고 그 운명은 이길 수 없는 상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운명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바로 ’사랑’이다.
기욤뮈소의 소설은 언제나 사랑의 승리를 이야기한다. 지독한 사랑들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따뜻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이 영어로 ’카르마’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이생의 ’업’이 내생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르친다.
그 ’업’이 ’착한 업’이든 ’악한 업’이든 그 ’업’이 내생의 삶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들은 이생에서의 자신의 ’업’을, 자신의 ’카르마’를 최대한 정화시키기 위해서 수련한다.
소설속 에단의 삶이 쌓아 온 ’업’이 그 운명의 날에 모두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되돌리기 힘든 운명과 싸워야 했던 것이다.
굳이 불교의 가르침을 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지금을 아끼며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주제이고 우리의 삶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오래간만에 읽은 기욤뮈소의 책이다.
그러나 감히 그의 작품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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