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속 조선사 - 말하는 꽃, 사랑으로 세상을 말하다
손을주 지음 / 책만드는집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드라마 '황진이'로 우리가 인식한 것은 하지원이라는 배우만이 아니었다.
그저 '노루장화'에 지니지 않았다는 인식으로 철저히 무시되었던 기생들의 삶이
드라마 한 편에 녹아들어 우리들에게 그 시대 기생들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뛰어난 예인이었고 뛰어난 문인이었으며 시대의 진리였던 남녀차별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었던 그녀들.
그녀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정인이 되었기도 했고
여인의 몸으로 직접 역사에 끼어들어 자신들의 발자취를 남긴 작은 영웅이 되었기도 했으며
수많은 문학작품으로 지금도 우리의 학창시절에 감성의 한 부분을 담당해 주었던 문학가였기도 했다.
그저 무시하고 잊어버렸던 기생들의 삶과 사랑, 그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었던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가
단 한권의 책으로 담아내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누군가는 시도를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었다.

이화우 흩뿌릴 때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할까.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 매창 -

학창시절에 수많은 시조들을 외웠지만 그 중에 나의 감성을 가장 크게 자극했던 시조이기도 한 시다.
이 시조의 작가 또한 유명한 기생이었던 '매창'이다.
내가 기억하는 시조만으로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었던 그녀의 삶이 이 책에 그려진다.
그녀가 한 사랑의 절절함,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젊은 날의 열정.
시대의 굴레에서 결국 좌절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사랑은 가슴을 울린다.
그녀의 삶을 알고 난 후 다시 외우게 된 이 시조의 느낌은 더욱 감성적이다.

논개를 비롯해 역사의 현장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기생들의 삶을 거룩하기 까지 하다.
간간이 나오는 재치만점의 기생들의 일화는 작은 미소를 품게 만든다.
양반가 여자들의 차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던 그녀들의 도발적인 성적 표현은 지금도 대담하게 느껴진다.

다만 제목에 꼭 '조선사'를 넣어야 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녀들의 삶 또한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 책의 중심이 역사가 아닌 그녀들의 삶이라면 '조선사'라는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다.
언뜻보면 그녀들의 삶이 역사에 끼친 영향을 얘기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아쉽다.

예인이며 작가였던 그녀들의 치열한 삶에 대한 뜨거운 기록.
우리가 잊어버린 역사의 한 부분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