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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역시나 첫인상은 중요하다. 사람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작가도 그렇다.
강지영이라는 작가를 [신문물 검역소]를 통해서 처음 접했기 때문에 [굿바이 파라다이스]에서 만난 강지영은
생전 처음 만나는 작가인 듯 낯설고 그녀의 이야기는 잔혹하고 끔직하다.
[신문물 검역소]의 재기발랄함에 빠져서 그녀의 사진까지 찾아보았던 내게
그녀의 잔인한 단편집 [굿바이 파라다이스]는 충격, 그 자체였다.
사진속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던 여류작가가 썼다고 하기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피빛 진혼곡이다.
10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이 단편집에는 모두 죽음이 등장한다.
단 한편만 제외하고는 진한 피빛으로 물들어 있고 그 죽음의 방식은 잔혹하다.
생글생글 웃고있던 사진속의 작가가 그런 표정으로 이렇게 잔인한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해댄다.
그리고는 작가 후기에서 그 모든 책임(?)을 애꿎은 외할머니에게 전가하고 있다.
정말로 기가막히게 뻔뻔하게 야하고 끔찍하고 잔인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피가 낭자한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갓 30을 넘었다는 작가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은 절망적이다.
천국보다는 지옥을 닮아가고 있는 세상, 잔인한 소설속 이야기 보다 더 끔찍한 세상의 모습을
야하고 잔인하고 끔찍한 이야기들로 시니컬하게 비판한다. 자신은 한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면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당신은 몇 시간 전 지옥에서 돌아왔습니다.
환생이라는 걸 믿지 않으시나 보군요.
전생에 당신은 옳지 못한 일을 많이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지요.
죗값은 지옥에서 이미 치러졌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당신이 지난 생이라고 기억하는 그곳이 바로 지옥이었습니다.
이제 다음 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착하게 사세요. 또 뵙죠."
-P. 263~264
책의 제목이기도 한 <굿바이 파라다이스>라는 단편에서 작가의 주제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림역에서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한 행상에게 미지의 인물이 건네는 이 대사가 이 책의 주제입니다.
작가는 벌이 살지않는 벌집같은 쪽방이 있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가 있고,
개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우스운 자기 딸을 성폭행하는 아비가 있고, 손가락으로 사람을 죽이는 악플러가 있고,
상상할 수도 없는 잔혹함을 즐기는 두 얼굴의 새디스트들이 있고, 살아도 살아있지 못한 좀비같은 인생이 있는
이 세상이 지옥이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지난 생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그 벌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어이없고 화가나는 작가의 맹렬한 비난이지만 그녀보다 10년을 더 살았다는 내가 도저히 그 비난에 변명할 수 없다.
세상은 이미 지옥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소설속에 나오는 죽음의 피해자들이 어쩌면 이 지옥에서 벗어난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잔혹함과 끔찍함이 낭자한 피빛으로 어우러지는 지옥같은 세상에 대한 진혼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