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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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뒷골목의 생태를 온몸으로 겪으며 협박과 폭력을 수단으로 살아가는 요코야마.
일본 최고의 학교를 나와 최고의 회사에 입사하지만 '과집중증'으로 인해 고문관이 되어버린 미타.
돈밖에 모르고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아버지를 경멸하며 살아가는 치에.
우연히도 25살 동갑인 이들이 치에의 아버지의 돈 10억을 '꿀꺽'하기 위해 뭉쳤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뭉친 3인조에 일본의 야쿠자인 후루야와 중국의 도박장 전문 절도범들까지 엉키면서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속는 복마전 속에 10억을 향한 진흙탕 싸움이 시작된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이 떠올랐다.
대책없는 청춘들의 대책없는 내지르기라는 점도 닮아있고
주인공들의 계획에 서로 다른 이해집단이 끼어들면서 좌충우돌하는 것도 비슷하다.
게다가 해피엔딩이라 해야할 지 뭔가 잘못되었다고 해야할 지 애매한 결말까지...
배경도 다르고 주인공들의 모습도 다르고 이야기의 전개과정도 다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속에서 이 영화가 떠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 중에 이 작품처럼 영화같은 이야기는 없었다.
'이라부 시리즈'는 요절복통할 만한 이라부의 기행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지만 영화같지는 않았고
<남쪽으로 튀어>는 아버지의 캐릭터가 무수한 웃음을 제공하지만 역시 영화화 하기엔 과장이 좀 심한 느낌이다.
<최악>과 이 소설 <한밤중의 행진>은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한 정도의 소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톡톡튀면서 살아있는 각각의 캐릭터와 서로가 물고 물리는 치밀한 이야기의 구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의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도심 속 자동차 추격전,
10억을 향한 등장인물들의 치밀한 두뇌싸움도 있으니 오락영화로서 최고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편의 영화를 보듯 쉽게 몰입하여 즐겁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 중에서 단연코 가장 높은 오락성을 가진 소설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추리소설 작가가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서 난 그가 추리소설을 쓰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에 가서 일어나는 반전의 연속은 어떤 추리소설보다도 재미있었고
'툭' 던지듯이 뿌려놓은 작은 단서들이 그런 반전의 복선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추리소설을 썼어도 독자들의 시선을 책에 고정시키는 마력을 발휘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참에 그의 추리소설을 기대해보면 어떨까?
이라부처럼 대책없는 사고뭉치 탐정이 유쾌하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추리소설. 
상상만해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오쿠다 선생님, 어떠신가요?

조금은 벗나가 버린 대책없는 청춘들의 대책없는 10억 탈취기.
한편의 영화를 보듯 재미있고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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