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기담 - 바다가 들려주는 기묘한 이야기 기담 시리즈
김지원 엮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형태의 국토를 지닌 대한민국. 그렇기에 바다는 우리민족에게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한계인 동시에 바다를 통해 먼 곳 까지 지배하기도 했던 끝이 없는 길이기도 했다. 우리의 역사가 바다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 처럼 우리 조상들의 삶 또한 바다와는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바다는 조상들에게 삶의 무대였다. 때로는 끝없이 베풀기만 하는 고마운 존재였다가 때로는 성난 파도로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수없이 존재할 수 밖에 없기에 그 설화들을 모아 놓은 이 책의 시도는 누군가는 해야만 했던 시도였다. '장보고 기념 사업회'에서 모은 설화들을 하나의 책으로 엮은 이 책은 바다와 함께 숨쉬었던 우리 조상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이다.

어린시절 '전설의 고향'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옛이야기를 TV에서 화면으로 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전설의 고향'이 전하는 고전적인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받아들이기에 우리 사회가 너무도 삭막해 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설화들이 전하는 교훈 또한 지금의 우리들에게 얼마나 받아들여 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바닷가 마을을 중심으로 한 2009년판 전설의 고향을 활자화 된 책으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기는 하지만 고전적인 교훈을 받아들이기엔 내가 너무 때가 묻었나 보다.

용, 용왕, 옥황상제, 신선.... 바다는 이런 것들도 대변되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어떤 일이 안되거나 고기가 잡히지 않으면 그들에게 제사를 지냈고 일이 잘되거나 고기가 많이 잡혀도 그들에게 감사를 드렸다. 어쩌면 우리 조상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결코 자연을 이길 수 없음을... 자연을 이용하고 이기려 한 우리의 오만이 지금 지구온난화라는 재앙으로 우리에게 되돌아 오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의 선조들은 자연을 경외하며 자연의 뜻을 거슬리지 않으려 하고 항상 자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조상들의 모습이 어리석고 무지하게 보일 지 몰라도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지혜로운 삶을 살았던 선조들의 숨결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고 할까?

아직 우리나라에도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 무척이나 많고 그 수많은 고을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마을에 한번쯤 들러보고 싶다는 느낌이다. 두 눈으로 바위 하나, 섬 하나를 바라보며 이 책의 이야기를 되새겨 볼 수 있다면 그것도 편안한 휴식의 한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나중에 내 아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나으면 내 손자에게 풀어낼 이야기 보따리를 한아름 얻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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