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죽음 - 전2권
김진명 지음 / 대산출판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진명의 책을 사람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이 그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현재의 사학계가 일제의 식민사관에서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부류의 사람에게 다소 과격하고 급진적인 주장이지만 민족과 역사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그의 팩션들은 언제나 피를 끓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들은 한권을 읽는데 채 하루가 걸리지 않는다. 나처럼 출퇴근 시간에 독서를 주로하는 게으른 독서가에게도... 이 책도 두 권의 책을 단 이틀만에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흡입력과 몰입도를 선사한다. 또한 역시나 가슴을 뛰게하고 피를 꺼꾸로 솟게 만드는 감정을 선사한다. 그러나 그 과격함이 이번엔 작가의 정치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면서 빛을 바래게 만든다. 특히 그의 성향에 도저히 동조할 수 없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그런 모습들이 정말 재미있는 소설을 졸작으로 폄하하게 만드는 독으로 작용한다.

'동토의 신'이라 불리었던 김일성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추적하는 소설이다. 버클리의 천재교수 김민서는 자신의 학생이 연루된 살인사건을 추적하다 잃어버린 고구려의 역사인 '현무첩'의 존재를 알게 된다. 현무첩의 비밀은 고대 한반도와 중국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는 내용이었다. 김일성이 간직하고 있던 현무첩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 경위를 추적하던 중 그는 김일성의 죽음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고 추적해 나가던 중 고대의 역사가 아닌 지금의 대한민국을 둘러싼 중국의 무서운 음모를 발견하게 되는데...

동북공정이 이슈화 되었을 때 발간된 이 책은 그래서 동북공정의 무서운 음모를 폭로하고자 하는 노력이 많이 보인다. 흔히 고구려 역사에 대한 왜곡정도로 알고 있는 동북공정이 과거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대한민국에 대한 무시무시한 음모로 발전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나조차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소설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가설이라는 것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움을 느꼈다. 만약 우리 정부가 그런 음모를 알고 있다면 반드시 국민에게 알려야 하고 모르고 있다면 그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충분하 검토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임팩트는 딱 여기까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김일성의 암살설을 가정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비판을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과 노벨상을 폄하하고 나아가 국민의 정부 5년을 통째로 부정하는 시각은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다. 지극히 보수적인 시각에서 반미,친북을 중국의 음모에 놀아나는 무식함으로 정의하는 우를 범한다. 더욱이 웃긴 것은 김일성을 민족을 위해 자신의 권력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있는 지도자로 그리면서 그 아들 김정일은 멍청한 꼭두각시로 묘사하는 부분이다. 만약 김일성이 살아있었다면 그는 김일성을 멍청한 꼭두각시로 그렸을 것이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 들어갈수록 심해지는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정치적 성향은 과연 이 작가의 집필의도가 무엇인가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역대 대선후보 중에서 가장 깨끗했던 이회창' 이라는 표현은 정말 그대로 읽어 넘길 수 없는 수준이다. 난 분명 소설을 원했는데 이건 완전히 보수논객의 정치입문서 수준이다. 지금껏 내가 가지고 있던 김진명이라는 작가에 대한 모든 호감이 이 소설 한권으로 무너져 버린다. 정말 어이가 없다.

이 소설 이후에 나온 '천년의 금서'를 이미 읽었기에 그나마 실망감을 줄일 수 있었다. '천년의 금서'를 통해서는 정말 내가 원하던 소설을 써 주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소설을 집필할 때 뭔가 작가의 눈에 비친 사회의 모습이 많이 못마땅했던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소설 자체는 정말로 실망이다. 충분히 재미있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 아쉬움은 더욱 크다.

덧. 마지막에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도 너무 많이 아쉽다. 그렇게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