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서늘함을 몰고오는 바람이 가을을 알리는 계절입니다.
유난히도 어지럽고 힘들었던 세상사와는 상관없이 시간은 흘러가네요.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 왠지 우울해지는 시간입니다.
이럴 때 실컷 울고나면 스트레스마저 풀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가을을 맞아 실컷 울어버릴 수 있는 책들을 몇 권 추천합니다.

1. 고향 사진관

아버지라는 소설로 우리에게 알려진 김정현 작가님의 [고향사진관] 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소설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발병으로 가족을 짊어지게 된 남자의 이야기 입니다.
특별히 잘난 것도 없고 특출한 재주를 가진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꿈조차 없을 수는 없었던 한 청춘이
느닷없이 벌어진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 됩니다.
달아날 수도 회피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는 묵묵히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그와 함께 비록 초라하기는 했지만 오롯이 간직하고 있던 그의 꿈도 사라지게 되고
누나와 여동생, 어머니의 생계와 아버지의 병수발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게 됩니다.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고목처럼 말라가는 그의 청춘이 독자들의 눈가를 촉촉히 적시고
그저 원망스러운 짐이 될 수도 있는 아버지에 대한 그의 효심이 읽는 이의 기억에 봉인된 나의 아버지를 꺼내게 만듭니다.
그나마 그런 그를 묵묵히 지켜내는 아내와 자식들의 사랑에 그의 삶이 그리 불행하지만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책을 읽는 내내 바보스러울 정도로 안타까운 그의 삶에 가슴이 저며오는 슬픔을 느꼈습니다.
미련한 그의 모습에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면서도 눈가는 어느새 흘러내린 눈물에 저항을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잊고 살았던, 아니 잊은 척 회피하고 달아났던 나의 부모님들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는 소설입니다.


2. 바보

이미 연극으로,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만화 책 입니다.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많은 이들의 무시를 받게되는 현실에서 강풀의 만화들은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강풀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순정만화'는 밝은 이야기, 이쁜 이야기였지만 '바보'는 사람을 울리는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연타가스 중독(지금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그 당시에는 수많은 이들이 죽었었죠)으로
'바보'가 되어버린 승룡이가 가슴 속 숨겨준 첫사랑 지호에게 보여주는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와
자신에게 친구가 되어 준 사람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베풀었던 희생의 커다란 의미가 독자들을 울게 만들었죠.
특히 승룡이가 쓰러지며 남긴 웃음은 세상 무엇보다 행복한 웃음이면서 동시에 가장 슬픈 웃음이기도 합니다.
나온 지 꽤나 오래된 책이고 이미 대여섯번 반복해서 읽은 책이지만 언제나 손이 가는 책입니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하는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뭔가 세상에 대해 소리치고 싶은 답답함을 느낄 때 마음의 평안을 되찾게 해주는 고마운 책 입니다.
바보 승룡이가 전하는 사랑과 희생으로 이 가을을 채워 보는 것은 어떨까요?


3. 아우야, 세상에 바보란 없단다.

세상은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이 이끌어 갑니다. 
그러나 언제나 세상에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는 이들은 조금은 모자라고 조금은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양심냉장고의 첫 주인공이었던 장애인 부부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속에 깊이 박혀있죠.
그래서 바보들의 이야기가 더 큰 감동을 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도 바보가 나옵니다. 어린 시절 피난을 가다가 얼음물에 빠져서 바보가 된 형이죠.
동생의 입장에서 바보같은 형이 창피하고 불편합니다. 가족들에게도 짐이 될 뿐이죠.
그런 형이기에 세상 사람들이 그를 이용하려 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외면하게 되는 가족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형이 세상의 모든 상처를 입고 나서야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는 가족의 이야기 입니다.
결국 형은 바보인 채로 세상을 떠나지만 그를 보낸 가족에게는 그는 한번도 바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바보들은 구경하기도 힘들어진 세상에 바보 형이 전하는 메시지는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합니다.
세상에 바보란 없습니다. 다만 세상 사람들이 그들을 바보로 만들 뿐... 


4. 능소화

400년의 세월을 이기고 발견된 '원이엄마'의 편지. 
TV 뉴스의 토픽거리에 지나지 않는 이 짧은 사실에 가슴 아프고 이쁜 사랑을 불어넣어 살아 숨쉬게 만든 소설입니다.
흔히들 가문간의 정혼으로 이루어지던 조선시대의 혼사에서 당사자들의 사랑은 상상이 힘듭니다.
그러나 400년이라는 세월을 견디고 발견된 '원이엄마'의 편지에는 남편을 향한 애절함이 묻어납니다.
하늘의 꽃.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꽃이라는 소화꽃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응태와 여늬의 이쁜 사랑.
그리고 끝끝내 그 사랑을 시기하여 응태를 데려가 버린 원망스러운 하늘의 변덕.
그렇듯 버려지듯 남겨진 후 잠시도 그를 떠나 보내지 못한 여늬의 애절한 망부가.
정해진 운명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인간의 존재는 이렇듯 허무한 것인지?
그러나 그렇게 나약하고 힘이 없는 인간이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사랑의 이야기는 하늘조차 어쩌지 못한 채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여늬의 편지처럼, 400년 전 여늬의 약속처럼 그녀의 무덤가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소화꽃처럼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쁘고 슬픈 사랑은 읽는 사람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눈물 한 방울과 함께...


책을 많이 읽으려 하고 소설을 특히나 좋아하지만
아직은 어린아이 같은 감성이 많아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에 빠집니다.
그래도 간간히 만나는 가슴시린 작품들이 있어서 감정이 메마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각박해지는 세상을 핑계로 점점 더 메말라가는 가슴에 이 책들로 감동을 선물하세요.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전체선택 장바구니에 담기
능소화-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9년 09월 14일에 저장

아우야! 세상엔 바보란 없단다
안의정 지음, 고성원 그림 / 밝은세상 / 2002년 4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9년 09월 14일에 저장
절판

바보 전2권 세트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24,000원 → 21,6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00원(5% 적립)
2009년 09월 14일에 저장
구판절판
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09년 09월 14일에 저장
절판


전체선택 장바구니에 담기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